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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를 가장 먼저 밟는 캡틴은 팀의 얼굴이다.
지난해 유일한 외국인 캡틴이었던 FC서울의 오스마르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데 이어 전북의 리더 권순태는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로 이적했다. 올 해에는 외국인, 골키퍼 주장도 없다. 올 시즌 K리그는 미드필더와 수비수 주장이 대세다. 각각 6명으로 동수다.
연령대 별로 살펴보면 지난해와 비율이 똑같다. 30대가 8명, 20대가 4명이다. 고참급을 선호하는 이유는 역시 풍부한 경험과 리더십이다. 주장은 정신적인 리더로 어린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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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커 출신 마지막 주장은 이동국(38·전북)이었다. 그는 지난 시즌 권순태에게 완장을 넘겨줬다. 그렇다면 공격수 주장이 한명도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지션 특성상 벽이 있다. 공격수는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다. 화려하고, 개성이 강하다. 시선이 상대 골문을 향해 있어 전체적인 팀 상황을 점검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또 외국인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져 있다. 수적으로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주장의 가장 큰 덕목은 역시 희생이다. 미드필더와 수비수가 첫 손에 꼽히는 이유다. 미드필더의 경우 공수의 가교인 허리 역할을 수행한다. 공격과 수비의 역할을 병행해야 해 각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올 시즌 미드필더 주장은 신형민(31·전북) 김성환(31·울산) 김성준(29·상주) 염기훈(34·수원) 황지수(36·포항) 김도혁(25·인천) 등이다.
수비수는 공격수와는 정반대다. 음지에 있는 그들은 팀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개인주의와 거리가 멀다. 시야도 넓다. 후방에서 수비라인을 조율하면서 미드필더와 공격수의 상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심판 판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주장만 항의할 수 있는 규정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이 경우 시야가 넓은 수비수 주장이 안성맞춤이다.
곽태휘(36·서울) 오반석(29·제주) 최효진(34·전남) 이종민(34·광주) 박태홍(26·대구) 백종환(32·강원)등이 올 시즌 수비수 출신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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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리그 챔피언 서울은 곽태휘를 새 주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9년 전 서울에서 트레이드됐다 지난해 여름 돌아왔다. 인생역전의 완결판이었다. A대표팀에서도 주장을 역임한 그는 솔선수범의 대명사다. 황선홍 서울 감독이 곽태휘와 손을 잡은 이유는 구성원간의 두터운 신뢰와 헌신의 리더십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곽태휘는 "리더가 먼저 몸으로 보여주고 운동장에서 행동을 통해 보여주면 후배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돼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 챔피언 전북의 선택은 신형민이었다. 2014년 전북으로 이적한 그는 그 해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이끌었다.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신형민은 지난해 복귀했다. 그는 베테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동국 조성환 등 전임 주장들의 조언을 가장 크게 받아 들였다. 팀의 기둥으로서 큰 역할을 잘 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곽태휘와 신형민은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주장으로는 '뉴페이스'다. 이종민은 주장으로 재선임됐고, '20대의 기수' 김도혁은 부주장에서 주장으로 승격됐다.
반면 8명의 주장은 유임된 케이스다. 염기훈과 황지수가 눈에 띈다. 염기훈 4년 연속 주장 완장을 찬다. 지난해 수원의 주장 연임 기록을 깬 그는 역사를 1년 더 연장했다. 포항의 원클럽맨인 황지수는 기간이 더 길다. 2012년 8월 캡틴에 선임됐다. 올 해로 6년차다. 이쯤되면 포항의 '영원한 주장'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올 시즌 클래식으로 승격한 대구와 강원은 각각 박태홍과 백종환을 유임시켰다.
주장은 팀의 구심점이다. 주장의 역할과 팀의 운명은 정비례 관계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