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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김신욱(28)은 올 시즌 울산을 떠나 전북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적료는 역대 국내 선수 최대인 20억원(추정치)이었다. 연봉(15억원·추정치)도 K리그 톱 3 안에 든다. 몸값이 무려 35억원에 달한다.
시즌 초 스스로 부담감에 휩싸였다. 사정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기초군사훈련으로 동계훈련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목 부상까지 했다. 김신욱은 "이적한 뒤 팀에 적응한다는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라운드를 밟으니 몸에 부하가 오더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김신욱은 대반전을 준비했다. 방법은 몸 상태를 끌어 올리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팀 훈련 외에 개인 훈련량을 대폭 늘렸다. 최강희 감독과 이철근 단장은 우려를 표했다. 최 감독은 김신욱의 에이전트에게 "선수의 훈련량을 줄이라"고 에둘러 얘기했다. 이 단장은 지난 20년간 두터운 친분을 유지한 김신욱의 아버지에게 아들의 훈련량 조절을 권유했다. 그러나 김신욱은 스스로 택한 방법을 믿었다. 그는 "나는 운동을 많이 해야 몸을 끌어올릴 수 있는 스타일"이라며 "후반기에는 몸이 좋으니 두 분 모두 아무 말씀을 안하시더라"며 웃었다.
결국 김신욱의 선택이 맞아 떨어졌다. 후반기에 돌입하자 전반기와 다른 몸놀림을 보였다. 몸 상태가 좋아지자 자연스럽게 경기력이 살아났고 공격포인트도 늘었다. K리그에서 5골-2도움을 기록했다. 마지막 5개월간 활약은 비싼 몸값을 충분히 했다. 특히 ACL 4강과 결승에서 아시아 최고 타깃맨의 가치를 엿볼 수 있었다. 김신욱은 "FC서울과의 ACL 4강 1차전에서 1골-2도움으로 4대1 이긴 뒤 '이 정도면 욕을 먹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후반기에는 내가 생각해도 잘 했다. 평균 80점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ACL 우승 뒤 이 단장님께 '20억원 값 했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단장님께서도 밝게 웃어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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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김신욱은 완전체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꿈꾸고 있다. 반쪽 짜리 공격수가 아닌 골도 넣고, 도움도 줄 줄 아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시즌 하지 못했던 동계훈련을 착실히 소화하면 좋은 몸 상태로 새 시즌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푼다. 특히 2018년 러시아월드컵 출전 여부가 가려지는 내년 A대표팀에서 멀티 능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리그에선 앞으로 골을 넣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A대표팀에서도 골 욕심을 낼 것이다. 울산에선 역습을, 전북에선 2선과의 조화를 배웠다. 두 가지를 대표팀에 적용시키겠다"고 전했다.
김신욱의 생애 두 번째 ACL 우승은 두 번째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으로 이어진다. 전북은 오는 11일 멕시코의 클럽 아메리카와 대회 6강전을 치른다. 이 경기를 승리할 경우 세계적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는다. 김신욱은 "동료들에게 레알 마드리드를 먼저 생각하면 안된다고만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아시아 팀은 클럽월드컵을 마음 편히 간다. 그러나 마음의 무장을 많이 해야 한다. 상대는 강팀이다. 다만 즐거운 분위기는 유지해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고 싶은 열망이 크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