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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이라 쓰고, '역전의 명수'라고 읽는다.
이날의 긴장감도 100℃였다. 하지만 무게의 추는 전북쪽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비기기만해도 되는 조건 등 모든 면에서 전북의 우세가 점쳐졌다. 황 감독이 이끄는 서울의 경우의 수는 단 하나였다. 승리 뿐이었다. 그 파고를 다시 넘었다. 후반 13분 터진 박주영의 결승골을 앞세워 서울은 1대0으로 승리하며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올랐다.
시련은 있었지만 실패는 없었다. 대변화 속에 화사하게 핀 꽃이라 더욱 특별했다. 황 감독은 6월 장쑤 쑤닝 사령탑으로 말을 갈아 탄 최용수 감독의 후임으로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포항 스틸러스와 이별하고 유럽에서 '축구 유학'을 하며 재충전했다. 황 감독은 취임 일성에서 "성공한다는 개념보다 도전하고 이런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피해가기 보다는 맞닥뜨려야 한다. 최대한 잘 해서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며 "최대한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간의 경쟁을 유도해서 그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 선수들이 제몫을 하면 서울은 K리그 최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임 초 황 감독의 화두는 점진적 변화였다. 올 시즌까지는 최 감독의 스리백 색깔을 유지하려고 했다. "급진적인 변화보다 점진적인 변화로 팀을 이끌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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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계도 빨라졌다. 최 감독의 스리백을 접고, 포백을 꺼내들며 일찌감치 칼을 빼들었다. 이에 부응해 선수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8월 5연승으로 신바람을 내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북과의 선두 경쟁은 멀고도 험했다.
기회가 찾아왔다. 전북이 심판 매수 의혹으로 승점 9점이 삭감되면서 분위기도 급변했다. 황 감독은 스플릿라운드의 문이 열리기 직전 "전북과의 마지막 경기가 결승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바람은 현실이 됐고, 우승 약속도 지켰다. 황 감독은 최근 8경기에서 6승2무를 기록하는 대반전으로 결국 전주성을 무너뜨렸다.
최 감독은 기존 서울의 컬러에 자신만의 전략과 노하우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가미하며 팀 전력을 배가시켰다. 상대적으로 출전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에도 차례로 기회를 부여하며 공정한 경쟁을 이끌기도 했다. K리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A컵 이라는 3개 대회의 병행 속에서도 '이기는 법을 아는' 황선홍 감독은 자신의 노하우를 마음껏 펼쳐 보였다. 황 감독은 FC서울 부임 후 리그에서 12승 4무 6패로 54.5%의 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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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K리그 우승 트로피, 기분도 남달랐다. 황 감독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도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중간에 ACL 하면서 전북에 지고 리그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때 고민이 많았다. 전술적으로 지금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이겼다. 시간이 필요하고 부족한 점이 있으니 조금 더 만들어 가야 하지 않나 싶다"며 "전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역시 좋은 선수들이 큰 힘이 됐다. 오늘처럼 중요한 경기나 포인트가 된 경기는 고참들의 힘이 발휘될 것으로 봤다. 곽태휘 오스마르 박주영 등이 팀을 잘 컨트롤 해서 마지막까지 왔고 우승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황 감독의 질주는 끝이 아니다. 이제 '더블'을 향해 달린다. FA컵 결승에 오른 서울은 수원 삼성과 챔피언 자리를 다툰다. 황 감독은 "끝나고 나서 좋아할 수만은 없는 한 가지 이유가 전북의 승점 9점 삭감이다. 난 우리 선수들과 완벽하게 우승하고 싶다. 내년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결승에 올라갔으면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등은 필요없다. 3주 동안 잘 준비해서 FA컵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의 미소가 유난히도 빛났다.
전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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