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울산월드컵경기장.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제주 선수들 모두 두 팔을 하늘 위로 치켜들고 포효했다. 이날 제주는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했다. 최종 라운드가 남아 있지만 같은시각 경기에 나설 경쟁자 울산 현대가 28골을 넣는 이변을 일으키지 않는 한 ACL 티켓은 제주에게 돌아간다. 프로무대, 톱리그(1군) 경기서 28골차 승부가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1년 조별리그 탈락 뒤 간절히 ACL 출전에 도전해 온 제주 입장에선 당연히 기뻐할 만한 상황이다.
이근호(31·제주)는 제주의 ACL행에 힘을 보탠 수훈갑 중 한 명이다. 울산전까지 리그 34경기에 나서 5골-6도움을 기록했다. 기록만 보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근호의 존재감을 기록 만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리그 뿐만 아니라 ACL과 A대표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의 힘은 대단했다. 상대적으로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 받았던 제주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이근호는 "합류했던 시점부터 제주는 ACL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던 팀이다. 그만큼 (ACL 출전을) 간절히 바랐다"며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목표를 이뤄내니 모두가 감격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보니 그만큼 많이 노력했지만 승부처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이 보였던 것도 사실"이라며 "조성환 코치 및 코칭스태프들이 그동안 기량보다 정신적인 부분을 다듬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나도 솔선수범하고자 노력했다. 착하고 순수한 선수들이 많아 그런지 잘 따라와주더라"고 웃었다.
제주는 스플릿 그룹A 일정을 앞두고 ACL 진출 자격 요건을 맞추기 위해 P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춘 김 감독을 선임하면서 전임 조성환 감독을 수석코치로 배정했다. 하지만 '바지감독'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선수단이 충분히 동요할 만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이근호는 "선수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동안 준비해 온 대로 잘 하자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울산 시절이던 2012년 ACL 정상에 섰던 이근호는 '아시아의 왕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다시 나서는 ACL에서 '왕자의 귀환'을 꿈꿀 만도 하다. 이에 이근호는 "언제적 왕자인가"라고 웃으면서도 "제주 원정은 모든 팀들이 만만치 않아 하는 경기다. 원정팀들은 분명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성공을 다짐했다. '흥행 전도사'로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제주도가 관광도시 아닌가. 우리가 ACL에 진출하는 만큼 관중 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많이 유치하고 싶다. 우리가 잘 한다면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라 본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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