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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발품스토리]'슈퍼손데이' 손흥민으로 시작해 끝난 맨시티전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6-10-04 07:10



[화이트하트레인(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손흥민으로 시작해 손흥민으로 끝난 경기였다. 2일(현지시각) '선데이(Sunday, 일요일)'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리그 전승을 달리던 맨시티와의 혈전 현장을 따라가본다.

런던 오버그라운드 화이트하트레인역에서 내렸다. 경기장이 있는 하이로드로 접어들기 직전이었다. 매치프로그램 판매대가 있었다. 프로그램 커버에 낯익은 이가 있었다. 손흥민이었다. CSKA모스크바전에서 골을 넣고 즐거워하는 손흥민의 모습이 박혀 있었다.

하이로드를 따라 걸었다. 유독 동양인 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한국인팬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손흥민이 잘나가는데다 상대가 맨시티였다. 그만큼 관심도가 높았다.

경기장 앞에서 대놓고 '상투적'이지만 '부담스러운' 질문을 하기로 했다. "왓 두유 싱크 오브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뜻이다. 축구 기자로서 부담스러운 질문이다. 축구팬들 중 일부는 한국 기자들이 외국인들에게 이 질문을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하지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지난 5월 만난 토트넘 팬 대니얼과 실비의 평가 때문이었다. 평가는 냉정했다. 대니얼은 "손흥민은 미래를 위한 선수"라고 했다. 함께 있던 실비는 "토트넘은 강한 팀"이라며 "손흥민이 경기에 자주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5개월. 손흥민에 대한 평가가 바뀌었는지 여부를 알고 싶었다.


토트넘 팬인 알피(왼쪽)와 앤디.
경기장 앞에서 할아버지 앤디와 그의 손자 알피를 만났다. 그들은 "오늘은 토트넘이 분명히 이길 것이다. 2대0이나 3대1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이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라는 립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조금 더 솔직한 평가를 부탁했다. 앤디는 "사실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손흥민은 여름 이적 기간 독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도전을 위해 남았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확실히 적응에 성공했다. 지금은 해리 케인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손흥민은 잘하고 있다. 앞으로의 기대가 크다"고 했다. 옆에 있던 알피도 수줍은 표정으로 "손흥민이 잘한다. 계속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 선발 명단이 나왔다. 손흥민 원톱 카드였다. 현지 기자들의 평가는 반반으로 갈렸다. 이미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몇 차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바 있다. 그 때마다 확실한 활약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리 좋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반면 이번은 다를 것이라는 이도 있었다. 올 시즌 몸상태가 좋다. 활동량도 많다. 맨시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전방부터 압박을 해야 하는데 손흥민이 최적이라는 평가였다.

그리고 90분. 손흥민은 좋은 활약을 펼쳤다. 최전방에서 활동량을 끌어올렸다. 압박과 위협적인 드리블을 선보였다. 강력한 슈팅으로 맨시티 수비진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델레 알리의 쐐기골도 도왔다. 토트넘이 2대0으로 승리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은 빈센트 얀센과 교체아웃됐다. 손흥민이 나갈 때 3만여 토트넘 팬들은 기립 박수로 격려했다.


ⓒAFPBBNews = News1
경기가 끝났다. 기사를 마감하고 송고까지 마쳤다. 그 와중에 프레스룸에서 몇몇 기자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귀에 꽂혔다.

"아까 그거 봤어? 페널티킥할 때 손흥민과 에릭 라멜라 사이에 논쟁이 있었잖아."

"그랬지. 결국 라멜라가 찼지. 그리고 실패했고."

"응 그리고나서 라멜라 인스타그램에 한국인들이 들이닥쳤대. 지금 거기가 난리인가봐."

기자회견장에서도 이 이야기가 나왔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모든 팀에서 발생하는 문제고 누구든 실축할 수 있다"면서 "손흥민과 라멜라 둘이 차기 원한 것 같은데 다음에 키커를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손흥민을 만났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분위기도 좋았고 골 욕심도 났다"면서 "아쉬웠다. 하지만 역시 축구의 한 부분이 뿐이다.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고 웃어 넘겼다. 라멜라도 격려했다. 그는 "나도 페널티킥을 실수할 때가 있다"며 "라멜라도 실축에 신경안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대는 컸고, 활약은 좋았으며, 마무리까지 훈훈했다. 그야말로 '슈퍼 손데이(Super Sonday)'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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