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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후' 손흥민, 슈틸리케호 맞춤형 해결사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10-03 18:35


ⓒAFPBBNews = News1

2일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리그 선두 맨시티와 2위 토트넘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이 깜짝 카드를 꺼냈다. '손샤인' 손흥민을 최전방 원톱으로 기용했다. 경기 전부터 영국 언론과 전문가들을 통해 '손흥민을 원톱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시즌 초반 가장 중요했던 맨시티전에서 손흥민 원톱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시절 스트라이커로 활약했지만 그 이후에는 측면공격수로 줄곧 뛰었다. 최근 맹활약도 가장 자신있는 왼쪽날개로 고정되면서 시작됐다. 원톱 출격이 유력했던 지난달 28일 CASK모스크바와의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1대0 토트넘 승)에서도 손흥민은 좌우를 오가며 측면에 머물렀다.

하지만 맨시티전을 앞두고 포체티노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두가지 노림수가 있었다. 첫번째는 속도였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공수 간격을 극단적으로 좁힌다. 패싱게임을 위한 선택이다. 수비라인이 미드필드까지 올라선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 뒷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손흥민을 최전방에 기용했다. 발빠른 손흥민의 역습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두번째는 압박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빌드업을 강조한다. 빌드업의 시작은 골키퍼다. 발기술이 약한 '레전드' 조 하트 골키퍼를 내친 이유다. 무의미한 롱킥 대신 골키퍼는 수비진에 볼을 건내고, 거기서부터 공격이 이루어진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축으로 한 과감한 압박전술을 들고 나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토트넘은 2대0으로 승리하며 과르디올라 감독 맨시티 부임 후 첫 패배를 안겼다. 손흥민은 만점활약으로 포체티노 감독의 기대에 200% 부응했다. 사실 원톱 자리에 섰지만 손흥민의 플레이는 전형적인 원톱과는 달랐다. 제로톱 형태와도 또 달랐다. 미드필드로 내려와 빌드업에 관여하고 순간적으로 박스로 이동하는 일반적인 제로톱과 달리 손흥민의 주 행동 반경은 측면 쪽에 집중됐다. 공격이 전개되면 델레 알리에게 가운데 자리를 내주고 좌우 빈공간을 향해 돌아나갔다. 속도가 붙어야 위력적인 손흥민의 장점을 완벽히 살리는 전술이었다. 그렇다고 스트라이커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3번이나 공중볼을 따냈다. 필요하면 페널티박스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반 8분 알렉산더 콜라로프의 자책골도 대니 로즈의 크로스를 잘라 먹으려는 손흥민이 움직임이 만든 작품이었다.

최근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속도가 붙은 손흥민의 움직임에 맨시티의 스타군단도 속수 무책이었다. 전반 초반부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었다. 전반 10분 존 스톤스를 상대로 멋진 돌파 후 날린 슈팅이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에 막힌 것은 이날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득점의 아쉬움을 도움으로 달랬다. 전반 37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절묘한 패스로 델레 알리의 골을 도왔다. 손흥민은 이 도움으로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후반에도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맨시티 수비진을 괴롭혔다. 손흥민은 이날 4번의 슈팅, 2번의 키패스, 3번의 드리블, 73번의 전력질주, 47번의 볼터치를 기록하며 주축 공격수 다운 모습을 보였다.

수비시에는 감독의 주문대로 가장 적극적인 압박을 보였다.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압박 삼각편대를 이룬 손흥민은 시종일관 지치지 않는 움직임으로 맨시티를 압박했다. 직접적으로 볼을 뺏지는 않았지만, 토트넘이 이날 수차례의 인터셉트에 성공한 것은 끝까지 골키퍼부터 중앙 수비수를 압박한 손흥민의 공이 컸다. 토트넘에서 뛰었던 저메인 제나스는 "손흥민이 압박을 시작하면 모두가 뒤를 따랐다. 손흥민의 리드를 따른 것이다. 최전방 공격수가 자신 있게 압박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후반 20분 에릭 라멜라에 밀려 페널티킥을 차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손흥민은 볼을 요구했지만 라멜라는 그대로 키커로 나섰고 결국 실축했다. 손흥민은 "아쉬웠다. 하지만 역시 축구의 한 부분일 뿐이다.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고 웃어넘겼다. 팬들은 후반 44분, 교체아웃되는 손흥민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원톱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그들의 스타를 향한 찬사였다.

또 다시 영국 언론은 칭찬릴레이에 나섰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경기 후 손흥민을 맨시티전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런던 지역지 이브닝 스탠다드는 '손흥민의 활약으로 해리 케인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일간지 가디언도 '손흥민은 큰 부담을 이겨내고 맨시티전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HITC는 '손흥민은 89분 동안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했고, ESPN FC는 손흥민에게 평점 9점을 부여하며 EPL 주간 베스트11으로 선정했다.

이제 손흥민의 시선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향한다. 손흥민은 3일 귀국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6일 카타르, 11일 이란과의 중요한 2연전, 맨시티까지 무너뜨린 손흥민의 발끝에 대한민국의 시선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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