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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님은 정말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분이다. 부족한 선수지만 항상 챙겨주고 좋아해 주시고 또 좋은 선수라고 얘기해 주신다." 한국 축구의 간판인 와일드카드 손흥민(24·토트넘)이 말한 행복론, 그 중심에 신태용 감독(46)이 있었다.
출발부터 달랐다. 그는 성격상 꾸미는 것을 싫어한다. 매사에 직설적인 편이다. 모든 것을 인정했다. '골짜기 세대'란 평가도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환영했다.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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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준비된 '신의 예언'은 철저한 계산에서 비롯됐다. 그는 브라질 현지 답사 후 4월 20일 귀국한 자리에서 조별리그 성적으로 '2승1무'를 언급했다. "하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조 1위를 해야 8강 여정이 편하다는 얘기 끝에 2승1무의 조합이 탄생했다. 그 당시 이미 독일전을 조별리그의 분수령으로 꼽았다. 피지는 대학팀 수준의 전력으로 파악했다. 문제는 멕시코였다. 디펭딩챔피언 멕시코는 C조 최강으로 평가했다. 비록 독일과 무승부를 거두며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전략이 수정됐지만 8강행 전선은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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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 감독의 반응은 달랐다. 주장 장현수(25·광저우 부리)는 "전반전에 다소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지만 감독님이 혼쭐을 내는 것보다는 독려와 위로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권창훈(22·수원)도 "감독님은 괜찮다고 하면서 왜 안풀리는지 설명해 주셨다. 밀집수비를 뚫을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후반전에 감독님 말대로 하니 잘됐다"며 "전반에는 상대가 워낙 좁게 서니까 사이드를 좀 공략해야 하는데 너무 중앙만 고집했다. 거기서 실수도 많이 나오고, 찬스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감독님이 후반에는 측면으로 많이 공격해서 풀어나가라고 말하셨고 그렇게 했더니 득점이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놀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 신 감독의 신넘이다. 피지전 후반에만 7골이 나온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신태용 감독은 제 식구들은 철저하게 보호한다. 믿고, 신뢰하는 가운데 "책임은 내가 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도 곁들인다. 골짜기 세대들이 맘껏 뛰놀며 즐길 수 있는 '놀이터'의 울타리를 자청한 것이다.
신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지도자다. 흐름을 간파하는 능력이 탁월한다. 리우올림픽 축구도 반환점을 돌았다. 8강, 4강, 결승(3~4위)전만 남았다. 신 감독은 8강전을 기다리고 있다. 14일 오전 7시(한국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와 8강전을 치른다.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신 감독의 눈빛이 매서울만큼 반짝이고 있다.
벨로오리존치(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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