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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도가 달라졌다.
과거 협회장 선거는 24명의 대의원 투표로 진행됐다. 선거인단은 시도축구협회장 16명과 산하 연맹 회장 8명이었다. 잡음이 많았다. 투표에 참여하는 인원이 적은 숫자로 제한되다 보니 투표권이 하나의 권력을 작용하기도 했다. 때문에 축구 발전이 아닌 '제 식구 밥그릇 싸움'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올해 변화를 맞이했다. 정부의 체육단체 통합방침에 따라 2월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연합회와 한 식구가 됐다. 거대한 통합 단체로 변모한 축구협회. 이에 따라 선거인단도 확대됐다.
106명.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인단 숫자다. 기존 24명에서 무려 82명이 늘었다. 선거인단은 연맹 회장 8명, 시도협회장 17명, K리그 클래식 구단 대표 12명, 시도협회 추천 임원 16명, 선수와 지도자 대표 각각 24명 그리고 심판 대표 5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선수, 지도자, 심판이 처음으로 축구협회장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다양한 민심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여기저기 웃음꽃이 피어났다. "어! 오랜만이네. 어떻게 잘 지내고 있어?", "멀리서 오느라 고생했네. 식사하면서 어떻게 사는지 이야기 좀 하자."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 교류의 장도 열렸다. 축구협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다소 무겁고 적막감이 흐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분위기가 매우 좋다. 같은 축구인이기는 해도 서로 교류도 없고 함께 모이는 자리도 많지 않아 이런 날을 계기로 얼굴 보는 게 반가운 분들도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대폭 확대된 선거인단이 불러온 변화의 바람. 그 중심에는 투명하고 건전한 축구 선거 문화가 있다. 이날 투표를 하기 위해 축구협회를 찾은 한 축구인은 "솔직히 그 동안 축구협회장들의 공적을 떠나서 선출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들만의 '밀실 투표'라는 말도 많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주니까 주변에서도 긍정적으로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일대 변화를 맞은 한국 축구계. 선거인단 확대는 그 시발점이자 새 역사를 향한 이정표였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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