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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예선 앞둔 中, 협회에 '표 내놔라' 이유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7-19 15:41


ⓒAFPBBNews = News1

단체 관광을 즐기고 지출을 아끼지 않는 중국인들을 뜻하는 '유커(游客)'라는 단어가 낮설지 않은 사회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둔 한국 축구도 '유커' 열풍을 실감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19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2016년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세미나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축구협회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니 중국 팬 3만여명이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서울로 오려 한다 하더라. 안방에서 중국 팬들에 뒤덮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한국은 9월 1일 중국과 최종예선 1차전을 갖는다. 개최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서울이 유력하다.

축구협회 측이 털어놓은 전말은 이렇다. 축구협회는 중국이 최종예선 상대로 결정된 뒤부터 중국 관광객을 상대하는 일부 여행사들의 전화 공세에 시달렸다. 중국전 입장권 판매 시기를 묻는 질문이 대다수였다. 중국전을 관광상품으로 묶어 미리 판매를 해놓은 이들은 입장권 확보를 위해 '언제부터 입장권을 팔 것이냐', '좀 더 일찍 입장권을 판매할 수 없느냐'는 질문을 했다. 이재철 축구협회 홍보팀 과장은 "대개 A매치 입장권은 경기 15일 전부터 온-오프라인 판매에 돌입한다. 그런데 이번 중국전을 앞두고 유독 중국 측에서 판매 여부를 묻는 질문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규정상 원정 팬에게 입장권을 제한해 할당할 수는 없다"며 "미리 판매하게 될 경우 중국 팬들이 입장권을 모두 사들일 수도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축구협회로부터 입장권 판매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 일부 여행사들의 문의에 결국 중국축구협회(CFA) 관계자가 방한해 축구협회 측과 만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취임 뒤 이른바 '축구 굴기'로 불리우는 대대적인 축구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등에 업은 부동산 기업들을 중심으로 리그에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급성장 중이다. 광저우 헝다를 시작으로 상하이 상강, 장쑤 쑤닝, 옌볜푸더 등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구단들이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스타들을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영입하면서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팬들의 열기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분위기가 이번 중국전에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중국 팬들의 대규모 원정은 축구협회 차원에선 마다할 일은 아니다. 국내 A매치는 2010년 이후 줄곧 하락세다. 입장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던 시절이 지난 지 오래다. 중국 팬들이 몰려온다면 입장권 판매 수익을 걱정하진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안방에서 상대팀 팬들에 둘러싸여 경기를 치르는 일이 달가울 리는 만무하다. 슈틸리케 감독의 우려가 커질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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