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난의 연속 서정원 감독 스트레스 해소법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07-12 00:29





요즘 K리그 클래식에서 스트레스 강도가 가장 높은 인물을 꼽자면 서정원 수원 감독이 1순위다.

서 감독은 최근 험한 일을 연거푸 겪었다. 지난 2일 울산과의 K리그 클래식 원정 18라운드에서 막판에 1대2 역전패 한 뒤 서포터스 항의 소동이란 수모를 겪었다. 성난 서포터스와 면담을 한 뒤에야 수원행 선수단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악화된 팬심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FC와의 수원더비에서도 나타났다. 서포터스는 서 감독과 구단을 성토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펼쳤고 경기 내내 각종 서포터스 걸개를 거꾸로 내걸었다.

선수단을 향해 "프로답게 똑바로 하라"는 항의 표시였다. 이날 수원팬으로서 시축에 나선 배우 김상호가 장내 인사말을 통해 "오늘 거꾸로 걸린 걸개가 바로 걸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서 감독은 최근 일련의 상황들을 똑똑히 겪었다.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울산전 항의 소동을 겪은 뒤 심리치료 전문가를 초빙해 마음의 병을 어느 정도 다스렸다. 다행히 수원더비에서 1대0으로 승리했으니 심리치료 효과를 좀 본 셈이다.

하지만 감독은 선수들과 처지가 다르다. 아무래도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 감독은 술도 마시지 못해 지인들과 한 잔 술에 시름을 털어내는 해소법도 잘 모른다.

그는 이른바 '도를 닦는 중'이다. 스스로 마음수양을 한다. 그에게 마음수양은 감독이란 자리를 처음 맡을 때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서 감독은 "처음 감독직을 맡을 때 다짐한 것이 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것만큼은 꼭 지켜나가자고 결심한 것인데 어려울 수록 선수를 더 안아야 한다는 것이다"면서 "내가 지도자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갖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요즘에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서 감독도 인간인 이상 스트레스가 쌓이다 못해 화가 나고 슬픈 경우도 사실 많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수원의 경기를 보면 차라리 경기내용까지 비기거나 패할 정도였으면 덜 슬펐을 것이다. 순간 순간 실수나 집중력 부족으로 무너지니 화도 나는 건 사실이다."

이쯤되면 선수들에게 화풀이도 하고, 안되면 남의 탓을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서 감독은 초심을 떠올리고 자신을 붙잡는 것으로 이겨나간다고 했다. 서 감독은 "각종 스트레스는 내가 겪고 극복해 나가야 할 대상이다. 여기서 내가 흔들리면 선수단 전체가 흔들린다는 자기 최면을 걸어야 한다. 마음은 많이 아프지만 그렇게 해야 팀이 사는 길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서 감독이 이런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데 정신적 지주가 된 이는 추억의 스승 데트마어 크라머 감독이다. 서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대표팀 선수 시절 크라머 감독과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 크라머 감독의 훈훈한 리더십에 반해 지도자의 길을 결심하게 됐다는 서 감독은 "크라머 감독에게서 배운 것을 꼭 지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 감독은 수원더비 승리를 이끈 뒤 "한 경기 이겼다고 팬심이 돌아올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현재 어려운 상황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고 팬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성난 팬심을 두둔했다.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 서정원 감독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