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페인전]슈틸리케호, '점유율 최강' 스페인 상대로 얼마나 '점유'할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5-30 10:14 | 최종수정 2016-05-30 20:53

[포토] 슈틸리케 감독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23일 파주NFC에서 6월 A매치 2연전 소집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 철학은 독일 보다는 스페인 스타일에 가깝다.

'스페인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생활의 황금기를 보낸 슈틸리케 감독은 조직력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독일식 축구보다는 볼점유을 우선시하는 스페인식 축구를 강조한다. 높은 점유율을 기반으로 안정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슈틸리케식 축구의 요지다.

2014년 9월 A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단 한차례도 궤도를 수정하지 않았다. 4-2-3-1, 4-1-4-1 등 포메이션 변화는 있었지만 전략은 줄곧 점유율을 강조했다. 슈틸리케호는 지난해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16승3무1패라는 엄청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단 한차례의 이변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상대가 역습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봉쇄한 '점유율 축구'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강팀들을 상대하지 않았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아시아팀들을 상대로는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지만 '강호들을 상대로 얼마만큼 볼을 점유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마침내 슈틸리케호가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 그것도 점유율에 관해서는 '끝판왕'이라고 평가받는 스페인이다. 슈틸리케호는 6월 1일 오후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각)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강호 스페인과 격돌한다.

스페인 축구.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최근 들어 스타일이 조금은 바뀌기는 했지만 '티키타카(스페인어로 축구공이 왔다갔다한다는 뜻으로 패싱게임을 상징하는 단어)'로 대변되는 스페인은 점유율 축구의 최고봉이다. 점유율 축구로 스페인은 유로2008,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로2012 우승을 거머쥐었다. 6월 프랑스서 열리는 유로2016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이번 명단에도 세르히오 부스케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코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다비드 실바(맨시티),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 등 '패싱게임의 달인'들이 빠짐 없이 이름을 올렸다.

스페인을 상대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대응책은 '맞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9일 오스트리아로 출국하며 "스페인을 상대로 볼 점유율에서 밀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잘 알고 있지 않냐"고 반문한 뒤 "스페인을 상대로 점유율을 높이고 수비라인을 올려 전방 압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다. 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 최고의 팀들도 스페인을 상대할때는 '점유'를 포기한다. 화려한 테크닉이 동반된 스페인의 패싱게임은 알고도 막기 어렵다. 상대가 볼을 점유한다는 것은 우리가 볼을 소유하는 시간을 그만큼 빼앗긴다는 뜻이다.

슈틸리케호가 지난해 A매치에서 17번의 무실점, 20번의 경기에서 단 4골만을 내준 극강의 수비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은 볼을 소유하며 수비를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후방 티키타카'라는 달갑지만은 않은 수식어도 얻었지만 분명 점유율 축구는 수비 안정화에 크게 공헌했다. 스페인의 막강 공격력을 막기 위해서는 볼을 소유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단순히 스파링 파트너가 되지 않겠다"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승리를 위해서는 점유율이 중요하다.

과연 슈틸리케호는 스페인을 상대로 얼마나 볼을 점유할 수 있을까. 물론 점유율이 곧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철학이 세계 최고팀을 상대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를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스페인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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