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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의 주인이 곧 유럽챔피언이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5-26 20:31


ⓒAFPBBNews = News1

같은 연고지를 쓰지만 너무도 다른 두 팀이다.

마드리드를 연고로한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각각 1902년, 1903년 창단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왕실의 공인을 받은 클럽이다.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며 언제나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까지.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레알 마드리드를 수놓았다. 성적도 압도적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다인 32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5연패를 포함해 유럽챔피언스리그(UCL)의 우승컵인 빅이어를 10차례 들어올렸다. UCL 두자릿수 우승팀은 레알 마드리드가 유일하다. 반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받았다. 좌파 성향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진짜 마드리드를 대변하는 민중의 팀이라고 외쳐왔다. 화려한 스타 보다는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 사랑을 받았다.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8번이나 차지했지만 부침이 컸다. 파산을 경험한 적도 있고, 2부리그에서 보낸 시간도 제법된다. 유로파리그, 컵위너스컵 등을 거머쥔 적이 있지만, 최고의 무대인 UCL을 제패한 적은 없다.

스타일도 상반된다. 레알 마드리드는 언제나 '공격 앞으로'다. 공격적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이 레알 마드리드의 철학이다. 수비적이었던 라파 베니테스 감독은 6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팬들의 야유 속에 쫓겨났다. 호날두-가레스 베일-카림 벤제마가 이룬 'BBC'는 바르셀로나의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 다음 가는 공격 트리오다. 레알 마드리드는 올 시즌에도 무려 110골을 넣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시즌 중 지휘봉을 잡았지만 화려했던 선수 시절처럼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력을 극대화시켰다. 반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수비적이다. 화려한 공격축구를 추구한 적도 있지만 지금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견고하다. 묵묵히 팀을 이끌었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현역 시절을 보는 듯 하다. 몸을 아끼지 않는 터프함과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으로 무장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올 시즌 38경기에서 단 18골만을 내주며 프리메라리가 역사상 가장 적은 실점을 내준 팀으로 기록됐다.

이처럼 너무도 다른 두 팀이 올 시즌 유럽최고의 클럽을 가리기 위한 마지막 무대에 선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9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쥬세페 메아차 스타디움에서 2015~2016시즌 UCL 결승전을 치른다. UCL 결승전이 더비전으로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번째 기록도 두 팀이 갖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013~2014시즌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UCL 역사를 수놓은 명승부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36분 이케르 카시야스의 실수로 디에고 고딘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추가시간 세르히오 라모스가 극적인 헤딩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기세가 오른 레알 마드리드는 연장전에서 베일, 마르셀루, 호날두가 연속골을 터트리며 라 데시마(10번째 UCL 우승)를 달성했다.

2년만에 펼쳐지는 리턴매치다. 2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전문가들은 근소하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금 2년 전 우승 당시 보다 중원 수비력이나 밸런스 면에서 안정감이 떨어진다. 선수들의 전체적인 컨디션도 떨어졌다. 가장 큰 변수는 호날두의 부상 여부다. 호날두는 올 시즌 정점에서 내려온 듯한 인상이지만 여전히 대체불가능한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다. 특히 UCL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호날두는 올 시즌 UCL 11경기서 16골을 넣었다. 호날두는 24일 훈련 도중 팀 동료와 충돌하며 쓰러졌다. 결국 훈련을 마무리하지 못한채 라커룸으로 향했다. 호날두가 "아무것도 아니다"며 선을 그었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호날두는 앞서 4강전에서도 부상으로 출전여부가 불투명했다. 반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수비는 견고해졌고, 공격은 더욱 날카로와졌다. 중원의 코케, 측면의 사울 니게즈, 최전방의 앙투안 그리즈만은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년전 결승전 패배 후 레알 마드리드와의 10번의 맞대결(5승4무1패)에서 단 1번만 패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레알 마드리드를 제압하는 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전망은 금물이다. 단판 승부이며 더비전이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이탈리아로 가지 못하는 팬들은 마드리드에서 치열한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하나는 확실하다. 누가 승리하든 29일 축구의 수도는 마드리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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