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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의 두 방, 벼랑 끝 전북 살렸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5-24 20:52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레오나르도가 또 다시 전북을 구했다.

레오나르도는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멜버른(호주)과의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에서 멀티골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6강 1차전에서 0-1로 뒤지던 팀을 구하는 오른발 프리킥으로 전북을 수렁에서 건졌던 레오나르도는 이날 혼자서 두 골을 기록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시작은 '칼날 프리킥'이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골이다. 전반 29분 멜버른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바깥 왼쪽 측면에서 최재수가 프리킥 찬스를 얻었을 때만 해도 멜버른 수비진들은 이동국 등에게 향하는 크로스를 예상했다. 하지만 골문을 차분히 응시하던 레오나르도는 멜버른 골문 오른쪽 상단 구석을 노렸다. 재빠르게 찬 킥이 골문으로 향하자 당황한 멜버른 골키퍼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 슛은 이미 골망을 가른 뒤였다. 슛을 시도하기 어려운 각도였음에도 상대 수비진들의 방심을 역이용한 재치있는 골이었다.

후반 25분에도 득점 본능이 꿈틀거렸다. 로페즈가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를 벗겨내고 왼발로 낮게 올려준 패스를 문전 오른쪽으로 쇄도하다 오른발로 강하게 때려넣었다. 레오나르도는 득점 뒤 두 팔을 펼치며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포효했다. 잔뜩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던 최 감독도 그제서야 희미한 미소를 띄었다.

레오나르도가 경기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승부였다.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 레오나르도는 원톱 이동국과 2선에 배치된 한교원, 루이스와의 적극적인 연계 플레이를 통해 찬스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드러나면 지체없이 슈팅을 시도하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레오나르도는 빠른 스피드와 발재간, 킥 능력을 갖췄지만 '반쪽 짜리 외국인 선수' 취급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1m73의 평범한 체격과 떨어지는 수비 능력, 90분을 소화하지 못하는 체력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멜버른전에서는 득점력 뿐만 아니라 최전방부터 전개된 전북의 압박에 전후반 내내 동참하면서 명실상부한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최 감독과 전북에겐 레오나르도의 활약이 천금 같을 수밖에 없었다. 전북은 멜버른과의 16강 2차전을 하루 앞두고 구단 스카우트가 지난 2013년 수 차례 심판진에 금품을 건넨 의혹으로 부산지검 외사부 조사를 받은 사실이 밝혀지며 충격에 휩싸였다. 구단 프런트 뿐만 아니라 선수단까지 동요하는 상황이었다. 자칫 멜버른전에서 무너졌다면 K리그 클래식에서의 향후 행보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레오나르도가 안겨준 승리의 의미가 적지 않다.

전북의 ACL 8강 상대는 16강 일정이 모두 마무리 된 이후 실시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추첨에 의해 결정된다.


전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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