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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토트넘이 손흥민(24)을 판다는 보도가 나왔다. 개요는 이렇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20일(한국시각) '토트넘이 손흥민의 이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영문 기사가 번역되면서 국내에서 난리가 났다.
여기에 토트넘 수뇌부의 의도도 녹아있다. 텔레그래프의 위상을 봤을 때 구단 고위 관계자와의 사전 교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이번 기사에서도 토트넘의 회장인 다니엘 레비를 등장시켰다. '레비는 손흥민을 데리고 오면서 지불했던 2200만파운드를 되찾고 싶어한다'고 썼다.
결국 이 대목이 핵심이다. 레비 회장은 장사꾼이다. 투자를 한만큼 효과를 뽑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손흥민을 데려오면서 2200만파운드를 투자했다. 거액의 배경에는 기량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 시장 공략의 의지도 들어가 있다.
결국 실망만 한 레비 회장으로서는 손실 최소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됐다. 괜찮은 이적료를 받고 다시 되파는 것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현재 시장에서 2200만파운드에 상응하는 이적료를 주고 손흥민을 사올만한 구단은 많지 않다. 레비 회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의 행동이다. 즉 언론에 이적설을 흘리면서 '미래 구매자 찾기'에 나선 것이다. 당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난 후 성사가 되더라도 괜찮다. 자신은 손흥민을 매물로 내놓을 생각이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괜찮은 카드를 자기에게 보여달라는 의미다. '아직 분데스리가 쪽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문구를 넣은 것도 이런 의도의 또 다른 표현이다.
토트넘의 전통적인 수법이다. 에릭 라멜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토트넘은 라멜라를 2013년 여름 2580만파운드를 주고 데려왔다. 라멜라의 첫 시즌은 엉망이었다. 17경기에 나와 1골밖에 넣지 못했다. 시즌이 끝나고 라멜라에 대한 이적 루머는 상당히 많았다. 두번째 시즌인 2014~2015시즌에도 라멜라는 5골을 넣는데 그쳤다. 역시 루머가 쏟아졌다. 하지만 카드가 맞지 않았다. 라멜라는 잔류했고 올 시즌 11골을 넣으면서 부활을 알렸다.
로베르토 솔다도(비야레알)도 마찬가지다. 2013년 2600만파운드에 토트넘으로 왔다. 하지만 역시 부진했다. 2시즌동안 16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 사이 토트넘은 '언론 플레이'를 상당히 많이 펼쳤다. 결국 토트넘은 2015~2016시즌을 앞두고 1000만파운드의 이적료를 받고 비야레알로 팔았다.
일단 손흥민에 대한 이적설은 앞으로도 꽤 나올 것이다. 손흥민은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온 선수다. 조금만 못해도 이적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만약 입질을 하는 구단이 있으면 있을수록 이적설의 빈도는 많아지고 수위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이시기에 이적설이 하나 보도됐다고 바로 이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라멜라도 그랬고, 솔다도도 그랬다. 토트넘 외에도 다른 선수들도 다들 이런 일을 겪었다. 지금은 흔들릴 때가 아니다. 손흥민이 한국에서 푹 쉬면서 올림픽과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