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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비운 정 운, 주황색 도전은 더욱 붉어진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5-20 20:45



마음을 비우고 연일 자신의 존재감을 그라운드에 각인시키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SK 에너지 축구단)의 왼쪽 풀백 정 운(26)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정 운은 2012년 울산 현대에 우선지명으로 입단했지만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듬해 크로아티아 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스트라 1961에 입단한 정 운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2014년에는 크로아티아 유력지가 선정한 리그 최고의 왼쪽 풀백으로 선정됐다. 2015년 크로아티아 상위팀 RNK스플리트로 이적한 정 운은 유로 2016 본선을 앞두고 풀백 강화를 노리던 크로아티아축구협회의 귀하 제의를 받으며 화제를 뿌렸다. 당시 다보르 수케르 크로아티아축구협회장은 "저렇게 좋은 선수가 왜 한국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정 운의 선택은 제주행이었다. 병역 의무도 마치고 축구인생의 가장 큰 이정표인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기 위해서다. 아직 섣부른 아직 섣부른 감은 있지만 정 운의 국내 복귀는 신의 한수가 되고 있다. 올 시즌 8경기에 출전해 1골-3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동일포지션에서 이정도의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는 없다.

자연스레 시선은 대표팀 발탁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표팀의 왼쪽 측면 수비는 물음표다. 박주호(도르트문트)는 부상 악몽에 빠졌고 김진수(호펜하임)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23일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는 가운데 유럽 무대 경험과 물오른 실력이 자랑하는 정 운을 향한 기대감은 남다르다.

선택의 열쇠는 슈틸리케 감독이 쥐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에 있는 K리그 선수들이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하면 대표팀에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정협(울산)이다. 무명에 가까웠던 이정협은 지난해 1월 아시안컵 대표 깜짝 발탁 이후 계속된 발전과 함께 꾸준한 기회를 얻고 있다.

이에 정 운의 의지는 남다르다. 지난달 왼쪽 내측인대 부상을 당했지만 빠른 회복세와 함께 FA컵 32강전에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한때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자신의 모습에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면 채워진다고 했던가. 심기일전 끝에 그가 찾은 해답은 바로 '무심(無心)'이었다. 정 운은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잠시 의식한 적도 있다. 그러니 축구가 금방 안되더라. 지금은 대표팀 발탁 여부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다. 그 대신 축구를 하고 싶어 동유럽까지 갔던 절박함을 다시 되새겼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내 꿈은 국가대표다. 하지만 아직은 그 꿈을 만끽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최선을 다한 뒤에는 잘 되든 안 되든 휘둘릴 필요는 없다. 나는 언제 그라운드 위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채찍질 했다.

목표는 세우되 집착은 하지않는 정운의 무심(無心). 언제나 꿈을 쫓는 그의 주황색 도전은 성공적인 K리그 복귀를 발판 삼아 붉게 물들여질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 정운이 흘리는 거짓 없는 땀방울과 태극마크를 향한 염원은 그 물음표에 대한 솔직한 대답일지도 모른다. "크로아티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크로아티아 현지 언론에서도 귀화 관련 내용이 꽤 많이 나왔다. 하지만 한국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고민은 없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한국인이니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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