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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매긴 손흥민의 데뷔시즌 성적표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5-16 18:02


ⓒAFPBBNews = News1

40경기 출전(선발 22, 교체 18), 총 출전시간 1894분, 8골-5도움.

'손샤인' 손흥민(24·토트넘)이 올 시즌 남긴 숫자다. 손흥민의 EPL 데뷔시즌이 막을 내렸다. 손흥민은 15일(한국시각) 영국 뉴캐슬 세인트제임스파크에서 열린 뉴캐슬과의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최종전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아웃됐다. 토트넘(승점 70)도 뉴캐슬에 1대5 충격패를 당하며 '라이벌' 아스널(승점 71)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누구보다 큰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이기에 조금은 아쉬운 데뷔시즌이었다. 박지성에 버금가는 관심과 화제를 모았지만 부상과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냉정한 눈으로 손흥민의 데뷔시즌을 평가해봤다.

객관적 성적은 낙제점

토트넘은 손흥민 영입에 무려 2200만파운드를 투자했다.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400억원이었다. 역대 아시아선수 최다 이적료이자 토트넘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 빅3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는 지난 시즌 EPL 여름이적시장 9위의 몸값이었다. 투자 대비 성적만 놓고 본다면 적어도 올시즌 손흥민은 토트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데려온 것은 득점력 때문이었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이라는 걸출한 원톱을 발굴했지만 그를 도와줄 공격수가 없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49골을 기록하며 검증을 마친 손흥민이 물망에 올랐다.

출발은 좋았다. 이적 후 두번째 경기였던 카라바흐와의 유로파리그 조별예선에서 2골을 몰아쳤다. 이어진 크리스탈팰리스와의 EPL 6라운드 홈경기(1대0 토트넘 승)에서도 결승골을 넣으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포체티노 감독도 만족감을 표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9월26일 맨시티와의 EPL 7라운드 후 발바닥을 다쳤다. 1달 반 가량을 재활에 몰두했다. 돌아온 손흥민은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재발에 대한 공포로 예전 기량을 되찾지 못했다. 결국 손흥민은 교체멤버로 전락했다. 그 사이 에릭 라멜라와 델레 알리가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간간이 골을 넣었지만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그나마 알리가 징계로 나오지 못한 시즌 막판 첼시, 사우스햄턴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재확인하며 시즌을 마친 것이 위안이었다. 리그 4골, FA컵 1골, 유로파리그 3골, 총 8골. 토트넘이 유럽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는 등 성적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자칫 팀 성적이 나빴더라면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비싸게 영입한 손흥민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수도 있는 성적이었다.


손흥민의 EPL 적응은 현재진행형

경기장 밖에서는 빠르게 적응했다. 쾌활한 손흥민은 동료들과 잘 어울렸다. 언어도 빠르게 습득했다. 팀 행사에도 적극 참여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앞세운 마케팅을 진행했고 손흥민도 이에 적극 동참했다. 오랜 유럽 생활로 얻은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

하지만 리그와 팀 전술 적응에는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당초 손흥민의 주력과 경기속도가 빠른 EPL이 좋은 궁합을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손흥민이 경기 중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제친 장면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공간 확보에 실패하고 빠른 압박에 고전했다. 압박에 막히다보니 장기인 슈팅을 때릴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

팀 전술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은 연계 장면에서 큰 관여를 하지 못했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부상 이후 패스와 개인기가 좋은 알리, 무사 뎀벨레를 중용하면서 팀 성적이 상승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손흥민은 부상에서 돌아온 후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볼을 잡는 횟수 자체가 많지 않았다. 공을 잡지 않았을 때의 움직임, 오프더볼이 좋지 않다보니 공격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물론 수비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박지성 처럼 헌신적인 수비가담으로 팀에 일조했다. 압박에서도 한층 개선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이 손흥민에 기대한 것은 수비 능력이 아니었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조금씩 연계와 움직임이 나아지고 있었던 점은 희망적이다. 2경기 연속골은 이같은 적응의 산물이었다.

진짜 문제는 심리적인 부분이다. 손흥민은 올 시즌 어딘지 모르게 위축된 모습이었다. 독일에서처럼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모습이 부족했다. 물론 독일과 잉글랜드는 완전히 다른 무대다.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한다면 다음 시즌은 한층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재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손흥민이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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