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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은중 투비즈 코치, 유럽서 길을 찾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4-17 20:03


◇김은중 투비즈 코치는 벨기에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설계 중이다. 김 코치가 17일(한국시각) 자택인 벨기에 워털루 인근에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털루(벨기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지도자는 선수에게 제2의 축구인생이다.

현역시절 그라운드를 누비던 열정을 냉철한 판단으로 바꿔야 한다. 선수로서 번뜩이던 개인적 재능을 11명을 공동체 안에 어우를 수 있는 지도력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세계다. 현역 시절 빛을 보지 못한 무명들이 지도자로 만개한 예는 흔하다. 반면 세계 최고의 선수로 각광 받았어도 지도자가 된 뒤에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은중 투비즈 코치(38)가 지도자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현역시절 김 코치는 이동국(38·전북 현대)과 함께 한국 축구 차세대 주자 열풍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2014년 친정팀 대전에서 유니폼을 벗은 김 코치는 이듬해 1월 벨기에 2부리그 소속 투비즈의 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대전 시절 플레잉코치 역할을 하면서 밑바닥을 다졌지만 선수 역할을 겸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첫 발을 내딛었다고 보긴 어려웠다. 하지만 김 코치는 투비즈에선 마를로 콜버트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유럽서 시작한 지도자의 길

현역 은퇴 뒤 국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김 코치는 처음부터 투비즈에 합류하면서 유럽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흔치 않은 케이스다. 그만큼 어려운 점이 많았다. 김 코치는 "벨기에 남부지방이어서 프랑스어에 적응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아내가 다행히 불어불문과 출신이어서 많이 가르쳐 주긴 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고 웃었다. 그는 "한국과 유럽의 문화가 다르다보니 처음에는 소통 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의아한 상황도 있었다"며 "지금은 그런 시절을 거친 게 선수들과 소통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벨기에는 막강한 대표팀을 갖추고 있지만 우수 선수들이 유스 시절부터 유출되면서 프로 리그는 안더레흐트 등 일부 팀을 제외하면 빈약한 게 사실이다. 이런 벨기에의 2부리그 소속인 투비즈 코치직이 과연 지도자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부호가 붙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 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단순하게 경기만 지켜보면서 경험을 쌓긴 싫었다. 선수들과 실제로 생활하고 호흡하면서 한 시즌을 보내는 것 자체 만으로도 내게는 큰 경험이다." 김 코치는 "말이 어느 정도 통하기 시작하니 선수들이 더 마음을 열고 (지시사항을) 받아 들이더라. 유럽 선수들은 훈련 내에서의 집중력이 워낙 좋다. 배우는 속도도 그만큼 빠르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세계 축구의 흐름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 벨기에 선수들의 훈련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하지만 이걸 그대로 한국에 적용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는 없다. 한국은 한국 만의 방법이 있다. 유럽 축구의 장점을 한국에 잘 녹여 새로운 길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 큰 꿈과 '축구 고향' 대전

김 코치의 역할은 단순히 '선수단'에 그치는 게 아니다. 투비즈를 운영 중인 한국 스포츠마케팅 기업 스포티즌(대표이사 심찬구)의 현지 관계자들에게 현장의 조언자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박준범 투비즈 단장은 "선수단 운영이나 팀의 비전 등을 논의할 때 김 코치의 의견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코치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 대표가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주시는 부분이 내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투비즈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 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부분에 대한 공부까지 할 수 있어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비즈는 오는 6월 24일 국내서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전과 잇츠대전(It's Daejeon)국제친선축구대회를 갖는다. 대전은 이 경기를 김 코치의 공식 은퇴경기로 장식할 계획이다. 1997년 팀 창단 멤버로 2003년까지 팀을 위해 헌신한 레전드이자 2014년 챌린지 우승의 일등공신인 김 코치를 향한 헌사다. 김 코치는 이 경기서 투비즈 소속으로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고 실력 발휘에 나설 예정이다. 대전 구단 관계자는 "체력만 허락한다면 투비즈와 대전 유니폼을 번갈아 입고 45분씩 뛰길 바라는 데 몸을 좀 만드셔야 할 것 같다"고 농을 쳤다. 김 코치는 "은퇴경기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고 크게 웃더니 "대전에서 시작해 대전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대전은 내 축구인생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항상 잊지 않고 응원해주는 대전 팬들과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워털루(벨기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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