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발품스토리]'손흥민'찾는 한국인들 최대 고민은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6-03-22 06:28


21일 화이트하트레인을 찾은 한국인 팬 최연주-김세진-강승호씨가 사인받은 유니폼과 머플러 등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기다

[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외국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영웅이다. 박찬호(43) 박지성(35·이상 은퇴)이 그랬다. 이들을 보기 위해 한국인들은 몰렸다. 이제 그 바통을 젊은 선수들이 잇고 있다. 유럽에서의 선두주자는 단연 손흥민(24·토트넘)이다.

21일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의 홈구장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을 찾았다. 이날은 토트넘과 본머스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경기가 있었다.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슬럼가다. 치안이 그렇게 좋은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들이 경기 때마다 찾고 있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많게는 500여명, 적게는 100~200여명의 한국인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손흥민을 보러 멀리 런던까지 오는 이들은 누구일까. 현장에서 만나봤다.

관광객, 유학생, 교민 다양한 사람들

화이트하트레인을 찾는 한국인들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큰 부류는 역시 관광객들이다. 특히 대학생들의 여름방학인 8월과 겨울방학인 12월에서 2월 사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급증한다. 반면 3월부터 5월까지는 다소 그 수가 적다. 배낭여행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학생들이 학기 중이기 때문. 이들을 대체하는 관광객들은 휴학생이나 취업준비생 혹은 이직을 앞두고 있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청년들이다. 이들은 한국의 팍팍한 현실 속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여행을 선택한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과 함께 맞부딪히는 손흥민을 보기 위해 화이트하트레인으로 오곤한다. 한국에서 여행왔다는 윤경덕(26)-윤선영(24) 남매는 "영국이 첫 여행지다. 일부러 토트넘 경기에 맞춰 영국을 선택했다. 손흥민 선수를 보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배낭여행 중이라는 김세중씨(23)도 "축구를 테마로 여행을 하고 있다"면서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들이 극장을 찾든 나는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했다.

현지 유학생과 어학연수생들도 많이 찾는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경기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 스페인 어학연수를 앞두고 영국을 찾았다는 김록현씨(23)도 "바로 스페인으로 가도 됐지만 영국을 찍기로 했다. 손흥민 선수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유학생 팬은 "종종 틈이 날 때마다 경기장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손흥민 선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눈에 들어온다"며 "요즘에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멋있다"고 말했다.

교민들도 자주 경기장을 찾는다. 이들은 오랜 기간 축구를 봐왔기 대문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한 팬은 "취미가 축구다. 박지성 이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자주 직관했다"면서 "한국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영국 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을 느낀다. 우리에게도 큰 힘"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온 김세중씨(위)와 김록현씨(아래). 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가격이 가장 큰 부담

경기장을 찾는 한국인들에게 역시 가장 큰 걱정은 돈이었다. 화이트하트레인을 찾은 한국인들 가운데 입장권을 제 가격에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토트넘을 비롯해 첼시, 아스널, 맨유, 맨시티 등 인기 구단의 입장권은 멤버십 회원들에게 우선 배당되기 때문. 때문에 멤버십을 가지고 있는 교민이나 일부 유학생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암표를 구매해야만 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암표의 가격은 최소 액면가의 2배 이상이다. 중요한 경기 일때는 액면가의 3~10배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영국 본머스에서 어학연수 중 경기장을 찾은 김세진(29) 강승호(26) 최연주씨(21)는 이런 사정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암표를 살 수 밖에 없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몇몇 한국인들이 입장권을 구매해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번 경기장에 오면 차비, 숙박비, 용품 구입비를 합쳐 50만에서 70만원 정도 쓴다"며 "이제 본머스로 돌아가면 다시 아끼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현지 한국인 입장권 매매상들도 할 말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매매상은 "우리도 구단 멤버십을 유지해야 하고 마케팅을 하는데 비용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차피 수요는 있다. 우리가 굳이 싸게 팔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손흥민의 사인에 다들 화색

이날 경기는 3대0 토트넘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손흥민은 출전하지 못했다. 90분 내내 몸만 풀다가 끝났다. 그래도 한국인 팬들은 손흥민을 열심히 응원했다. 경기가 끝나고 1시간 30분이 지나도 많은 한국인들이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서쪽 스탠드 철창에 붙어 있었다. 손흥민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지나고 손흥민이 퇴근하기 위해 나왔다. 한국인 팬들은 목소리 높여 손흥민을 불렀다. 손흥민은 지체없이 달려왔다. 유니폼과 머플러, 태극기에 사인을 했다. 경기에 못 뛰어 기분이 안 좋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손을 내미는 모든 팬들 하나하나 응대하고 사인을 해줬다. 사인을 받은 강승호씨는 "비록 경기를 뛰는 것은 못봤지만 사인을 받아서 기쁘다.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다. 앞으로도 종종 오고 싶다. 손흥민 선수도 힘내서 열심히 해줬으면 한다. 건승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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