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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의 숙원을 반 세기 앞당긴 쾌거다."
FIFA 여자랭킹 4위로 아시아 최고 순위인 일본에게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몸풀기' 정도로 여겨졌다. 그런데 개막전에서 호주(9위)에 1대3으로 완패한 데 이어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한국(18위·1대1 무)과 중국(17위·1대2 패)도 잡지 못하며 사실상 본선 탈락이 확정되자 기대감은 분노로 뒤바뀐 모양새다.
일본 스포츠지 스포츠닛폰은 9일 기획 기사를 통해 그동안 찬란하게 빛나 보였던 여자 대표팀의 속살을 들췄다. 신문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 뒤부터 여자 대표팀의 불행은 예고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초 사사키 감독과 사와 등 베테랑 선수들은 런던올림픽 뒤 대표팀을 떠날 계획이었다. J리그 팀들도 사사키 감독 선임을 추진하는 등 변화가 예상됐다. 하지만 사사키 감독이 JFA와 재계약을 하고 팀의 세대교체 작업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미묘하게 흘러갔다. 스포츠닛폰은 '선수들은 노리상(사사키 감독의 이름과 존칭을 조합한 애칭)으로 부르던 사사키 감독을 어느 순간부터 노리오라고 낮춰 부르기 시작했다'며 '사사키 감독 역시 선수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되려 선수들이 자신을 우습게 본다고 비난하는 등 냉전이 시작됐다'고 짚었다. 또 '올림픽 최종예선 시작 전 진행된 소집 훈련에서도 25명의 예비명단을 20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9년 동안 사사키 감독이 고수해 온 4-4-2 포메이션은 이번 대회서 이미 아시아권 팀들에게 새로운 분석거리 조차 남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결국 감독의 선수단 장악 실패와 계속되는 불협화음 속에 전술적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 등 속 안에서 곯았던 종기가 이번 올림픽 최종예선 탈락을 계기로 터졌다는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