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금의환향' 봅슬레이·스켈레톤 "목표는 평창 金"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6-03-01 19:16


"이번 시즌 너무 힘들었습니다."

세계 변방이던 한국 썰매를 강국으로 뒤바꾼 이 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 감독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이 8차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1일 귀국했다. 그야말로 '금의환향'이다. 값진 성적을 거뒀다.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도BS경기연맹) 조는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다. '썰매 천재' 윤성빈(22·한국체대)은 세계랭킹 2위에 올랐다.

썰매 불모지에서 이 같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던 기폭제 중 한 가지는 1월 초 봅슬레이대표팀의 맬컴 로이드 코치(68)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었다. 이 감독은 "1월 로이드 코치가 돌아가시면서 모든 계획이 엉망진창이 됐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공황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수선한 분위기는 빠르게 정비됐다.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이 감독은 "썰매에 바퀴를 달고 훈련하면서도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고 세계 1위와 2위에 오른 선수들에게 고맙다.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봅슬레이 2인승의 파일럿 원윤종은 아직 세계랭킹 1위가 실감나지 않아 보였다. 원윤종은 "뜻밖의 결과에 기쁘지만 얼떨떨하다"며 웃었다. 한 손에 세계 1위를 증명하는 트로피를 든 원윤종은 "이제 전 세계 트랙 정보와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스타트 집중도 향상과 훈련 강도를 높여 2년 뒤 평창올림픽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에는 의미있는 테스트도 있었다.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국산 봅슬레이 성능 테스트였다. 이에 대해 원윤종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100년 이상 축척된 썰매 강국의 봅슬레이 제작 기술력을 우리는 2년 만에 따라잡았다. 앞으로 좀 더 보완된 썰매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원윤종은 겸손했다. 아직 완벽한 세계 1위가 아니란다. 원윤종은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인다. 완벽한 1위는 아니다"며 머리를 숙였다.

윤성빈도 이번 시즌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무엇보다 '스켈레톤계 우사인 볼트'라고 불리는 마르틴 두쿠르스(라트비아·1위)와의 격차를 좁힌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윤성빈은 "2인자는 말이 없다. 1위에 오를 때까지 묵묵히 하겠다. 결과로 모든 것을 보여 드리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어 "8차례 월드컵 중 겨우 (두쿠르스를) 한 번 이겼을 뿐이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윤성빈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이다. 윤성빈은 "지난 시즌에는 두쿠르스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앞으로도 기록 차이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평창에서 주행 능력을 많이 보완하면 2년 뒤 웃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쉼표는 없다.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은 이날 강원도 평창으로 곧바로 이동, 다시 훈련에 돌입한다. 3일부터 8일까지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과 국제루지경기연맹(FIL)의 감독 아래 선수들의 테스트 주행을 통해 트랙의 안정성과 완성도를 점검하는 사전승인에 참가한다. 이후 이번 달 말까지 훈련하게 된다.


감독과 선수들의 마음은 하나다. 평창 트랙의 빠른 적응이다.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최소 500번, 최대 1000번까지도 트랙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간절히 부탁했다. 원윤종은 "홈 트랙이 생겨 너무 설렌다. 최대한 많이 타보고 싶다"고 전했다.

인천공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