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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베스트11에 참신함이 더해졌다.'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 3일 전 도르트문트(독일)과의 유로파리그 경기에 나섰던 주전 공격수 뱅상 아부바카르의 향기를 완전히 지웠다. 거침없는 움직임과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모레이렌세 수비진의 혼을 빼놓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공권 장악'이었다. 모레이렌세 수비수들과의 경합을 모두 이겨내며 크로스를 어김없이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후반 27분 득점 상황에서는 마크맨을 따돌리면서 낮고 빠른 크로스를 그대로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득점 이후에도 포르투 윙어들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공중을 지배하며 이날 자신에게 부여된 '타깃맨' 임무를 100% 소화했다.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며 끌려갔던 포르투는 석현준의 활약을 등에 업고 역전 결승골까지 보태 3대2로 이겼다. 석현준은 경기 최우수선수(MOM)으로 선정됐다. 포르투갈 현지 언론들은 포르투의 역전승 소식과 함께 석현준의 헤딩 동점골 사진을 소개하면서 이날 활약을 인정했다.
올 시즌 전반기 비토리아에서 9골을 뽑아낸 석현준은 포르투 이적 뒤 '백업'에 그칠 것으로 평가 받았다. 실제로 아부바카르에 밀려 출전 시간이 크게 줄어들면서 우려가 현실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 달 간의 적응기 동안 팀 조직력에 녹아드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도르트문트전에서도 단 9분 활약에 그쳤으나 문전 쇄도 후 슈팅을 만들어내는 등 자신감도 크게 상승한 모습을 드러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도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활약한 김신욱(28·전북) 이후 A대표팀 내 타깃맨 계보는 끊겨 있었다. 그동안 넓은 활동량 위주의 원톱 운영에 초점을 맞췄던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을 활용해 상대에 맞춘 전술적 변화 폭을 넓히게 됐다. 겨울잠을 잤던 대표팀 내 원톱 경쟁도 내달로 예정된 레바논, 쿠웨이트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7, 8차전에 맞춰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모레이렌세전 득점이 석현준의 주전 무혈입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부바카르에게 치중됐던 포르투 공격의 무게가 석현준에게 옮겨지면서 활약의 기회도 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26일로 예정된 도르트문트와의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이 석현준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