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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2-0→2대3 역전패의 교훈 그리고 리우올림픽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1-31 16:28 | 최종수정 2016-01-31 18:04


세계축구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본선 8회 연속 진출의 대기록을 쓴 올림픽 축구대표팀선수들이 3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30일 카타르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일본에 2대3으로 패해 준우승을 거뒀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1.31/

후반 20분까지 무결점의 흐름이었다.

최전방부터 이어진 강력한 압박은 눈을 즐겁게 했다. 상대 선수가 센터서클 부근에서 볼을 잡으면 무려 4명이 에워쌌다. 빠른 공수 전환으로 칼끝도 매서웠다. 전반 20분 권창훈(22·수원)에 이어 후반 2분 진성욱(23·인천)이 골망을 흔들며 승기를 잡았다. 2-0, 일본 축구는 갈 길을 잃은 듯 했다. 그 때까지만해도 이번 대회 최고의 경기력이란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축구는 90분 경기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현실이었다. 후반 45분의 반환점을 돌자 그라운드에선 느슨한 기류가 흘렀다. 후반 21분 일본의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15분 교체투입된 아사노 다쿠마(22·히로시마)가 만회골을 터트렸다. 빨간불이 켜졌다. 전열을 재정비해야 했지만 수비라인의 집중력이 다시 무너지면서 2분 뒤 야지마 신야(22·오카야마)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후반 36분 아사노에게 또 한번 골을 허용하며 2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설명이 필요없었다. 통한의 역전패였다.

첫 단추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매듭도 잘 엮어야 한다. 세계 최초로 이룬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환희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일전 결승전은 '도하의 쇼크'로 역사에 남았다. 31일(한국시각) 막을 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의 챔피언은 일본이었다. 한국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1993년 '도하의 기적(한국)'과 '비극(일본)',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4강전의 '희(일본)-비(한국)', 2012년 런던올림픽 3-4위전의 '명(한국)-암(일본)' 등 한-일전은 늘 천당과 지옥이었다. 하지만 2-0으로 리드하다 2대3으로 역전패 당한 것은 사상 처음(역대 A매치와 올림픽대표팀 전적)이었다. 치욕적인 결말이었다. "한-일전은 각오가 필요없다. 무조건 이긴다. 이기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출사표는 허공을 맴돌았고, 한-일전이었기에 팬들의 원성은 더 컸다.


ⓒAFPBBNews = News1
2016년 새해, 한국 축구의 첫 도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영욕이 교차한 결과 또한 되돌릴 수 없다. 다만 취해야 할 것은 취해야 한다. '도하의 쇼크'를 '교훈'으로 승화시켜야 8월 문을 열리는 리우올림픽에 희망이 있다.

축구는 90분이란 점을 망각해선 안된다. 그라운드에서 이어지는 90분 파노라마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옛말에 사람이 살면서 피해야 할 것이 셋 있다고 했다. 초년출세, 중년상처, 노년빈함이다. 출발이 좋다고 자만해선 안되고, 뒤지고 있더라도 마지막까지 포기해선 안된다.

현장 지도자들은 축구에서 가장 위험한 스코어가 2-0으로 리드하고 있을 때라고 한다. 추격골을 허용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한-일전이 그랬다. 한국은 67분을 이겼고, 일본은 인저리타임 3분을 포함해 12분을 승리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탓에 자신감은 자만심으로 돌변해 화를 불렀다.


23세 이하 선수들의 경험 부족은 어쩔 수 없다. 벤치의 대응도 아쉬웠다. 조별리그 3경기와 8강과 4강을 거친 태극전사들은 젊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완급조절은 벤치의 지혜다. 하지만 쉴새없이 '돌격 앞으로'를 외치다보니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고갈됐다. 또 리드하고 있을 때 제2, 3의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그렸어야 했다. 그러나 이상기류를 감지하지 못한 그라운드도, 벤치도 허둥지둥하다 순식간에 신태용호는 침몰하고 말았다. 수비 불안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역전골을 허용한 후 공격과 수비의 간격이 더 벌어지면서 쫓아가야 할 동력도 사라졌다.

올림픽 본선은 차원이 다른 무대다. 대륙 예선을 통과한 16개팀이 한 자리에 모인다. 이라크가 3-4위전에서 카타르를 물리치며 15개국의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아시아에선 한국과 일본, 이라크, 유럽에서는 독일, 덴마크, 포르투갈, 스웨덴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프리카에서는 알제리, 나이지리아, 남아공이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북중미는 온두라스와 멕시코, 남미는 아르헨티나로 결정됐다. 오세아니아는 피지가 한 장의 티켓을 가져갔다. 개최국 브라질이 자동 출전하는 가운데 북중미의 미국과 남미의 콜롬비아가 홈앤드어웨이로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최후 1장의 주인을 가린다.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와 싸워야 한다. 한국 축구는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우올림픽의 고지는 '동메달 신화 재연'이다.

신 감독은 "90분간 뛰면서 단 1%라도 방심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 말을 잊어선 안된다. 한-일전을 거울삼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결승전의 아픔이 피와 살이 돼야 비로소 꿈을 이야기할 수 있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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