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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결승]'도하의 기적'과 '비극' 2011년 카타르-런던올림픽 그리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01-28 16:29 | 최종수정 2016-01-28 17:42


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 3위 결정전 당시 한국 올림픽대표팀이 일본을 물리치고 올림픽 사상 첫 축구 동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앞세워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일본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스포츠조선 DB



숙명의 축구 한-일전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대표팀이 30일(한국시각) 밤 카타르 도하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컵을 놓고 일본과 격돌한다.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쾌거를 달성한 터라 결승전이라고 해서 크게 부담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상대가 일본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공교롭게도 결전지가 카타르 도하, 한-일전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과 일본은 도하의 '기적'과 '비극'을 나눠가졌다. 1993년 10월 28일 1994년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는 한국이 기적을 누렸다.

당시 3위였던 한국은 북한과의 최종전에서 승리(3대0)한 뒤 같은 시간 이라크가 맞붙은 일본이 종료 30초전 2대2 동점골을 내 준 덕분에 기적적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일본 열도는 비탄에 빠졌고 지금도 '도하의 비극(ド?ハの悲劇)'이라고 부른다.

도하의 희비는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다시 엇갈렸다. 당시 한국은 51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다. 2011년 1월 25일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을 만났다. 이 대회 최고 명승부로 남을 만큼 맹혈투였다. 한국은 이전 2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른 데다 연장 후반에 주심의 애매한 페널티킥 판정까지 겹쳐 고전했다.

전반 22분 한국이 먼저 웃었다. 박지성이 페널티킥을 유도했고, 기성용이 깔끔하게 성공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14분 뒤 마에다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전 일진일퇴를 벌였지만 양팀 모두 추가골에 실패,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연장 전반 7분 비운을 맞았다. 일본 공격수 오카자키가 황재원과 부딪히며 넘어졌는데 주심이 판정을 머뭇거리다 뒤늦게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페널티킥이 GK 정성룡의 선방에 막혔지만 흘러나온 공을 '주워먹은' 호소가이로 인해 1-2로 역전됐다.

한국의 패색이 짙어진 연장 종료 직전 손흥민의 슈팅이 일본 수비수에 걸리자 황재원이 흘러나온 볼을 극적인 동점골로 만들었다. 페널티킥을 내 준 아쉬움을 짜릿하게 만회했다. 운명의 승부차기. 결국 한국이 땅을 쳤다. 승부차기 키커로 나선 구자철 이용래 홍정호가 연달아 실축하면서 0-3으로 패하고 말았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의 3·4위전 승리에 만족해야 했고 일본은 호주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특히 국민스타 박지성이 이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해 아쉬움이 더 컸다.


도하의 아쉬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8월 10일 한국과 일본의 동메달 결정전. 광복절을 닷새 앞둔 데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하면서 한·일 감정이 악화된 터라 관심은 증폭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젊은 태극전사는 전반 37분 박주영, 후반 11분 구자철의 연속골을 앞세워 2대0으로 완승했다. 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 기쁨은 더 컸다. 독도 문제로 반일 감정이 고조됐던 국민들의 속도 후련했고, 홍 감독은 올림픽 성공을 발판으로 A대표팀 사령탑까지 올랐다.

일본 올림픽대표팀의 데구라모리 감독이 이번 한국전을 맞아 "런던올림픽에서의 패배를 갚아주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일본에겐 뼈아픈 비극이었다. 추억의 땅 도하에서 다시 만나는 한국과 일본. 이번에도 한국이 활짝 웃는 게 국민들 바람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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