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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토리]'데굴데굴'숨죽였던 류승우의 '초감각'골,獨서 길 열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1-28 17:05 | 최종수정 2016-01-28 17:40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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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몇 초가 내겐 10년 같았다."

그런 골은 처음이었다. 27일(한국시각), 리우올림픽의 명운이 걸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카타르와의 4강전,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4분 미드필더 황기욱(20·연세대)이 전방으로 쇄도하는 류승우(23·레버쿠젠)를 겨냥한 전진패스를 올렸다. 류승우의 폭풍 질주가 시작됐다. 골문을 비우고 나온 상대 골키퍼를 제치며 깡총 뛰어오르더니 발끝으로 볼을 톡 차올렸다. 그라운드에 떨궈진 볼은 볼링공처럼 골대를 향해 굴러갔다. '데굴데굴데굴…' 시간이 멈춘 듯 숨 죽인 순간,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골망을 향했다. 볼은 '슬로비디오'처럼 골문 안으로 빨려들었다. 찰나의 몸놀림과 감각은 '재능'이었다. 뒤늦게 몸을 날린 카타르 수비수의 몸짓은 허망했다. 류승우는 절친들에게 "사실 그 몇 초가 내겐 10년 같았다"고 했다. 팽팽했던 4강전, 리우행 운명을 결정지은 명장면이었다.

치차리토와의 패싱게임과 벤치 시련

류승우는 올시즌 레버쿠젠에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지난 시즌 임대 간 브라운슈바이크에서 16경기 4골의 활약을 펼쳤다. 시즌초 임대 연장 대신 '강팀' 레버쿠젠 잔류를 택한 건 로저 슈미트 감독과의 미팅 직후다.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 엔트리 26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월드클래스' 선수들과 함께하는 1군 훈련은 즐거웠다. 강력한 동기 부여이자 자극제가 됐다. 새 동료가 된 치차리토와 1군 훈련 때 자주 '티키타카' 발을 맞췄다. 영리하고 섬세한 발끝을 지닌 류승우는 치차리토와의 패싱게임을 즐겼다. 그러나 정작 경기 때면 운명이 갈렸다. 치차리토는 올시즌 리그 15경기에서 11골을 기록했다. 한국 에이스 '류'의 이름은 좀체 불리지 않았다. 벤치를 지키며 독을 품었다. 개인적인 욕심보다 리우올림픽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경기력이 절실했다. 조급해 하기보다 철저히 준비하는 편을 택했다. 지난 몇년간 올림픽에 도전하며 동료들과 약속한 것이 있었다. 한시도 준비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날마다 독한 개인훈련을 빼놓지 않았다.




독한 자기관리, '2골2도움'의 비결

류승우는 자기관리에 뛰어난 선수다. 지난 4월 브라운슈바이크 임대 시절 '신태용호' 소집을 앞두고 무릎 내측인대를 다쳤다. 수원고 시절부터 8~9년째 자신의 재활을 도맡아온 허 강 본스포츠컨디셔닝 센터장에게 SOS를 쳤다. 허 센터장이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류승우에게 재활은 오랜 습관이다. 카페에 드나들듯 아플 때나 아프지 않을 때나 재활센터를 집처럼 드나든다. 몸관리를 위해서라면 시간과 돈,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류승우는 지난 10월 호주와의 2차 평가전(2대1승)에서 후반 투입되자마자 헤딩골로 존재감을 입증했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출전시간 부족에도 불구하고, '에이스' 류승우를 믿고 뽑았다. 류승우는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조별예선부터 4강까지 2골 2도움으로 믿음에 보답했다. 경기력 부족 우려를 떨쳤다. 에이스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를 가까이서 오래 지켜본 허 센터장은 류승우의 최대 장점을 묻는 질문에 "영리함과 탁월한 시야"를 꼽았다.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체구가 작았다. 몸싸움을 피하기 위해 반박자 빠른 패스와 드리블, 움직임을 연구하고 터득했다. '순둥이'의 얼굴을 지녔지만 엄청난 '악바리'다. 요르단과의 8강전, 실수가 많았다. "기필코 만회하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카타르전 전반부터 류승우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라운드와 동료들의 움직임을 미리 살펴, 영리한 패스를 넣어주고 연결했다. 수비에도 적극 가담했다. '원샷원킬'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다리에 쥐가 날 만큼 뛰었다.


사진캡처=레버쿠젠 구단 홈피

사진 캡처=더키커

2부리그 임대설 속 맹활약, 미래 바꿀까

카타르 도하엔 유럽 클럽 스카우트들이 대거 몰렸다. 류승우는 올림픽 시즌, 많이 뛸 수 있는 팀을 원하고 있다. 본인은 물론, 팀의 경쟁력을 위해서다. 성장을 위해 경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류승우의 희망에 따라 2부리그 임대설이 불거졌다. 레버쿠젠 구단 역시 '임대'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도하에서의 맹활약이 향후 진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독일 레버쿠젠 구단은 결승행 직후 류승우의 활약에 관심을 드러냈다. 28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에 류승우와 한국 올림픽대표팀이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에 올랐으며 30일 일본과 우승을 다툰다는 소식을 전했다. '더 리틀 윙어(the little winger)'라는 호칭과 함께 '류승우가 4강에서 등번호 10번을 달고 후반 4분 주최국 카타르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고, '류'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이 3대1로 승리하며 리우올림픽 티켓을 획득했다'는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한편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 역시 레버쿠젠 소속 공격수 '류(Ryu)'의 활약과 향후 거취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류승우는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이는 분명 단기적인 미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키커는 '레버쿠젠은 류승우를 2부리그 팀에 임대 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조건이 맞을 경우 팔 수도 있지만, 일단 다음주 그가 레버쿠젠 훈련장으로 복귀한 이후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몇주간 훈련과 출전으로 지쳐있는 만큼 곧바로 레버쿠젠 훈련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향후 행보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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