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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46)이 결국 고지를 정복했다.
카타르에 대비한 맞춤형 전술이었다. 열쇠는 박용우였다. 그는 수세시에는 스리백의 중앙, 공격으로 전환한 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했다. 박용우가 전진하면 4-2-3-1 형태였다.
기다리던 골은 후반 3분 터졌다. 류승우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후반 33분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1-1, 안갯속이었다. 카타르의 상승세였다. 신 감독은 황희찬을 투입하며 재반전을 노렸고, 후반 43분 권창훈의 한 방으로 다시 승기를 잡았다. 황희찬이 김 현에게, 김 현이 오버래핑하는 이슬찬에게 내줬다. 이슬찬이 크로스한 볼을 권창훈이 슬라이딩하며 마무리했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교체투입된 문창진이 쐐기골을 터트렸다. 신 감독의 신들린 용병술이 연출한 작품이었다.
A대표팀 코치였던 신 감독은 지난해 초 이광종 감독이 급성 백혈병으로 도중하차하자 올림픽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실패는 없었다.
신 감독은 감격에 젖었다. 그는 "선수들이 잘 해줬다. 요르단과 8강전을 이기면서 선수들의 정신 무장이 잘 됐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나가게 된 것에 대해서는 "사실 처음 올림픽 대표팀을 맡을 때만 해도 모르고 있던 부분인데 카타르로 오면서 알게 됐다"며 "내심 욕심도 났는데 선수들의 활약으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게 돼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그리고 "선수단이 하나가 돼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우린 늘 '다함께', '다함께'를 외쳤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로 한국 축구가 한 단계 성숙해 이제는 아시아의 맹주가 됐다"고 자평했다.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신태용호는 30일 결승에서 일본과 만난다. 한-일전이다. 신 감독은 "한-일전은 특수한 경기다. 선수들이 부담을 덜어놓고 편안하게 준비하도록 해서 또 한 번 진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라운드의 여우' 신 감독의 꾀는 녹슬지 않았다. 도하에서 '사막의 여우'로 거듭나며 축구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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