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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아이들 싸움 때문에 기자회견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김병지는 새해 기자회견을 결심했다. '시간이 약'이라며 만류하는 지인들도 많았다. 그러나 김병지는 굽히지 않았다. "아버지로서 해야할 일이다. 지금 내겐 그 어떤 일보다 이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가족들과 함께 심리상담을 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내게 '진실입니까?'라고 묻더라. 진실이라면 끝까지 싸우라고 하셨다. 싸우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평생 가족들 가슴에 응어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에 용기를 냈다"고 했다. 지난 10월 학폭위 심사 결과, 김병지의 아들은 가해자로 결론 났고, 김병지와 아내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징계절차가 모두 끝난 11월 중순, 김병지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법률 자문을 받았다. "아이친구 부모들이 인터넷과 메신저 등의 증거자료를 찾아주며 도와줬다"고 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순천지법에 해당 학부모 및 학교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병지는 "축구를 잘하고 못해서, 내가 받는 비난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 김병지의 아내, 아들은 그렇지 않다"는 말로 기자회견, 소송의 이유를 분명히 했다. 김병지는 기자회견에서 목격 학생의 증언을 공개했다. '김병지의 아들이 상대의 얼굴을 손으로 긁었고, 상대 아동 역시 김병지 아들을 눕혀놓고 가슴을 때리고 밟았다'는 내용이었다. 사과를 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하고 찾아간 문자도 공개했다. 학폭위 징계 과정에서 가장 확실한 목격자의 증언이 배제된 점, 학교에 '학폭위'를 종용하고 도모한 '메신저' 증거 등도 언급했다.
김병지는 '아이 싸움'이 온라인 게시판과 댓글, 여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며 '어른 싸움'으로 번진 부분을 개탄했다. "아닌 것을 참고, 또 참고, 또 참으면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아픈 상처로 남게 됐다. 부모의 이름, 가족이란 이름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홉살 아들이 평생 짊어져야할 멍에에 대해 '유명인' 아버지로서 깊은 아픔을 토로했다. "초등학교 2학년의 다툼 아니냐. 학폭위에서도 말했다. 선도, 교육이 목적이고 훈계가 목적이라면 피해자든 가해자든 달게 받겠다. 죄와 벌로 나누고 승리자, 패배자로 나눈다면 이건 너무 가혹하지 않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은 매일 부딪치고, 넘어지고, 실수한다. 도와주고 보호해야할 아이들이다. 우리아이뿐 아니라 상대 아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사진을 올려놓고, 여론 재판으로 몰고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고심끝에 기자회견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모든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보호받아야 한다. 아홉살 난 막내아들이 조직폭력배로 묘사되고 있다. 이름을 바꾸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포털에 제 이름 '김병지'를 치면 '김병지 아들'이 뜬다. 눈뜨고 못볼 정도로 아이를 비하하고 있다. 블로그나 카페에 아이들 일을 묘사하는 것은 자제해주시고, 올리신 분들도 좀 내려주셨으면 정말 감사드리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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