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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뛸 수만 있다면 다 좋아요."
곽승석은 "감독님이 리베로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입을 열었다. 어쩌면 선수 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감독님의 말을 듣고 담담했다. 팀을 위한 길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제 경기에 뛸 수만 있다면 어디든 좋다. 출전 못하는 것보다 팀에 기여할 수 있다면 언제든 리베로로 나설 것"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곽승석의 배구인생은 변화의 연속이었다. 어릴 적 곽승석의 꿈은 주포였다. 하지만 벽에 부딪혔다. 경기대 2년 선배 문성민(30·현대캐피탈)의 그림자가 너무 컸다. 살길을 모색했다. 곽승석의 선택은 수비형 레프트였다. 공격 욕심을 버리고 수비능력 강화에 매진했다. 당시 경기대 사령탑이던 이경석 감독이 곽승석을 주목했다. 곽승석은 이 감독의 조련 아래 수준급 수비형 레프트로 성장했고 2010~2011시즌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올 시즌 곽승석이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던 중 정지석(21)이 치고 올라왔다. 급기야 곽승석을 밀어내고 정지석이 주전을 꿰찼다. 리베로. 곽승석이 택한 두 번째 변화였다. 곽승석은 "지금까지 리베로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사실 레프트로서 수비력에는 어느 정도 자신 있었다. 그러나 리베로는 전혀 다른 역할"이라면서도 "그래도 뛰는 게 좋다. 서서히 리시브 감각과 자신감도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팀 내 선배 리베로 최부식(38)의 조언도 한 몫 했다. 곽승석은 "(최부식)선배가 처음 리베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절대 부담을 갖지 말고 자신있게 내 플레이를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제 곽승석은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곽승석은 "개인적인 욕심, 목표보다는 팀이 우선이다. 감독님이 결정한 경기운영이라면 무조건 따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리베로 변신'을 제안했던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그저 고마운 마음이었다. 김 감독은 "말을 꺼내기 전에 고민이 정말 많았다. 선수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곽)승석이가 흔쾌히 받아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이어 "승석이의 수비력에는 항상 믿음이 있다.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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