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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만난 '절친'주세종-김범용,운명같은 평행이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1-09 13:49



건국대 시절 장기자랑에 함께나선 주세종과 김범용.


#. 지난 7일 일본 J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몬테디오 야마가타의 김범용과 완적 이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013년 J2리그 야마카타에 입단한 이후 지난 3년간 묵묵히 자신의 축구에 집중해왔던 '청년' 김범용의 노력이 통했다. 2015시즌 J리그 챔피언 산프레체 히로시마 유니폼을 입었다.

#. 이튿날인 8일, FC서울은 부산 미드필더 주세종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포스트 박종우'로 손꼽히며 지난시즌 최고의 패스마스터, 프리키커로 급부상한 주세종은 올시즌 이적시장에서 가장 핫한 미드필더 중 하나였다. 복수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다. 결국 K리그 '리딩 클럽' FC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한일 양국에서 축구의 꿈 하나로 절실하게 달려온 '그라운드 절친'이 최고의 구단에 입성하며 함께 웃었다. 김범용과 주세종은 능곡고-건국대 동기다.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꿈을 나눠온 이들은 함께일 때 두려운 것이 없는 '친구'이자 형제 이상의 '절친'이다.


주세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김범용 사진출처=아마가타 홈페이지
프로 입단 후 한국 일본, 뛰는 곳은 달랐지만 각자의 리그에서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텨왔고, 함께 이겨냈다. 주세종은 건국대 시절인 2011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을 오갔던 U-리그 에이스 출신이다. 날카로운 킥력과 영리한 패스로 전국체전 우승을 이끌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2년 드래프트 1순위로 부산 유니폼을 입었다. '중원사령관' 박종우와의 호흡이 기대감을 모았지만, 2012년 7월 데뷔전 직후 훈련중 왼발목이 부러졌다. 1년여의 재활후 훈련장에 복귀했지만, 한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2014년 이후 윤성효 전 감독의 믿음속에 기량을 회복했고, 2015시즌 킬패스, 프리킥, 축구지능이 빛을 발하며,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소속팀 부산은 챌린지로 강등됐지만 주세종의 주가는 폭등했다. FC서울이 주세종을 품었다.

'윙백' 김범용 역시 지난 3시즌간 일본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견뎌왔다. 대학 졸업 후 J2리그 야마가타에서 첫시즌 풀타임 출전한 경기는 단 3경기에 불과했다. 잔부상과 끝없는 주전 경쟁속에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다. 2014년 명장 이시자키 노부히로 감독의 신임속에 9월 일왕배 사간도스전에서 맹활약했고 이후 주전자리를 꿰찼다. 올해 J리그에서 27경기를 선발로 뛰며 2골을 터뜨렸다. 강력한 피지컬, 양발을 모두 쓰는 윙백으로 거침없는 공격 본능을 선보였다. 올시즌 시속 24km 이상으로 달린 스프린트 횟수는 804회, 외국인 선수 1위의 기록이었다. 최하위 야마가타는 2부리그로 강등됐지만, 리그 우승팀 산프레체 히로시마는 김범용을 선택했다.

한날한시에 K리그, J리그 최고클럽 유니폼을 갈아입은 두 '축구청년'의 한결같은 우정과 묵묵한 노력이 보상받았다. 팀은 강등됐지만, 강등팀에서 몸사리지 않는 이들의 가치는 더욱 빛났다. 주세종은 "범용이와 나는 형제나 마찬가지다. 우리 부모님들은 범용이를 아들로 생각하시고, 범용이집에선 나를 아들로 불린다"고 했다. "축구라는 게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으니까… 힘들 때마다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같이 이겨내왔다"고 했다.


주세종이 지난해 태극마크를 달던 순간, 누구보다 기뻐했던 친구는 김범용이었다. K리그 올스타 투표 때 김범용은 SNS를 통해 "제친구 주세종을 뽑아달라"고 팬들에게 호소했다. 주세종 역시 김범용의 든든한 '빽'이었다. 지난해 3월 22일 김범용이 가와사키와의 홈 개막전에서 리그 데뷔골을 터뜨린 활약상을 자신의 SNS에 동영상으로 퍼날랐다. 가장 기쁜 순간, 가장 힘든 순간을 절친은 함께 기뻐하고 아파했다.

절친의 만남은 어쩌면 '운명'이었다. 지난시즌 FA컵 우승팀인 FC서울은 삼일절인 3월1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에서 J리그 우승팀 히로시마 산프레체와 홈에서 격돌한다. 주세종과 김범용이 '삼일절 더비'에서 운명처럼 맞붙게 됐다. 주세종은 "우리끼리 농담처럼 '운명인가?' 했다"며 웃었다. "시즌 후 휴가 때는 늘 붙어 있었지만 경기장에선 대학 이후 한번도 못만났다. 이렇게 만나게 된다니 정말 신기하다"고 했다.

당연히 양보는 없다. "만약에 경기에 나가게 된다면 나는 미드필더고, 범용이는 수비수니까, 범용이한테 뒤쪽 조심하라고, 뒤쪽으로 패스 넣을 거라고 농담했다"며 웃었다. "절친이지만 삼일절인 만큼 절대 봐줄 수 없다"면서도 "서로 실제 경기 뛰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기대가 된다.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고 싶다"고도 했다.

새해 새로운 팀에서 또다시 독한 경쟁이 시작된다. 절친의 존재는 또다시 강력한 동기 부여다. "우리 둘다 좋은 팀에 온 만큼 우선 자리를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동계훈련을 잘하기로 약속했다.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 그날(삼일절)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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