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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 첫주부터 유럽파 공격수들의 즐거운 소식이 줄을 이었다.
2010년 전후로는 박지성, 이영표를 보며 꿈을 키운 K리그 출신 '월드컵 키즈', '유럽파 2.0'이 빅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기성용 이청용 지동원 구자철 홍정호 박주호 등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2012년 런던올림픽 등에서 맹활약하며 유럽행의 꿈을 이뤘다. 대부분 K리그 유스 출신, 프로 2~3년차, 20대 초반의 나이였다.
석현준, 손흥민,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 등은 '유럽파 3.0', '축구 신인류'라 할 만하다. 어려지고 강해졌다. K리그, J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배' 유럽파들과 달리 10대부터 '조기유학'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유럽 축구와 온몸으로 맞부딪치며, 유럽의 방식으로 훈련되고, 길들여지고, 인정받는 길을 택했다. 이들에게 축구는 '나이'도 '국적'도 '서열'도 아니다. 외국인선수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당돌하다 싶을 만큼 거침이 없다. 외국인 동료들과의 스킨십, 인터뷰, 세리머니도 스스럼이 없다. 큰 무대에서 주눅드는 법이 없다. 자신감이 넘친다.
'손샤인' 손흥민 역시 만16세 때인 2008년 동북고 재학 중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 해외 유학 프로젝트의 수혜로 독일 함부르크 유학을 떠났다. 함부르크 유스를 거쳐, 1군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함부르크, 레버쿠젠을 거쳐 지난 8월 '400억원'의 이적료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1991년생 석현준은 유럽 생활 6년만에 빛을 본 '인간승리' 케이스다. 한때 '저니맨'으로 회자됐다. 2009년, 만 18세의 나이에 프리미어리그 첼시 입단 테스트를 위해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가 우여곡절 끝에 네덜란드리그 아약스에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했다. 2011년 방출된 후 네덜란드 흐로닝언, 포르투갈 마리티무 등을 전전했다. 어린나이에 유럽의 각 리그들을 오가며,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줄타기했다. 2013년 사우디아라비아 알아흘리에서 반전을 노렸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절망의 끝에서 기적처럼 기회를 잡았다. 2014년 여름 포르투갈리그 나시오날을 거쳐 지난해 1월 비토리아에 입단했다. 7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날아올랐다. 지난해 8월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5년만에 태극마크를 달았고, 9월 라오스전에서는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19경기에서 11골 7도움을 기록했다. 정규리그(9골) 득점 3위다. 포르투, 사우스햄턴, 애스턴빌라, 셀틱 등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한때 잊혀질 뻔한 선수의 '인생 역전'이다.
'유럽파 3.0'은 현재진행형이다. 섣불리 성패를 점치기는 이르다.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미디어에 비쳐진 일부 선수들의 성공담은 달콤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실패 사례가 무수히 많다. 몸과 함께 마음이 자라는 시기다. '소년 성공'의 꿈과 기대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축구와 학업, 생활에 적응하는 외로운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언어, 문화 등 소통의 문제는 절대적이다. 든든한 보호자, 후견인이 필요하다. 전세계 내로라하는 재능들이 모두 모인 유럽 무대, 경쟁도 기회도 쉽지 않다. 한창 뛰어야할 나이에 뛰지 못하면 축구는 당연히 퇴보한다. 선수는 뛰어야 산다. 석현준의 예에서 보듯, 포기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 자기주도적인 훈련도 필요하다.
어쨌든 새해, 먼 타지에서 들려온 될성부른 '축구천재'들의 뉴스는 '장밋빛'이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 '젊어서 더 매력적인 재능', 유럽파 3.0의 미래는 한국 축구의 미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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