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먼 룰 제정 20년, 그간 보스먼의 삶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5-12-16 15:53


선수시절의 보스먼. ⓒAFPBBNews = News1

1990년 벨기에리그 리에쥬에서 뛰던 장 마츠 보스먼(51)은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구단으로부터 온 서신이었다. 편지에 '보스먼의 연봉을 75% 삭감하고 각종 수당 지급을 정지하겠다'고 쓰여있었다. 보스먼은 프랑스리그 던케르크로 이적을 시도했다. 그러나 리에쥬가 놓아주지 않았다. 계약기간이 남아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보스먼은 구단의 일방적인 처사를 좌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스먼의 싸움이 시작됐다.

5년 간의 길고 긴 법정싸움의 승자는 보스먼이었다. 보스먼이 승소하면서 선수들은 계약만료 6개월을 앞둔 시점부터 자유롭게 타구단과 협상할 수 있게됐다. 선수들은 구단의 소유물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진로를 주도적으로 모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후폭풍이 있었다. 소송의 종지부를 찍었을 때 보스먼은 31세였다. 장기간 법적 투쟁으로 몸관리를 할 수 없었고 경기도 뛰지 못했다. 선수로서의 가치가 사라졌다. 보스먼을 원하는 팀은 한 곳도 없었다.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세운 보스먼이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과실을 챙길 수 없었다.

보스먼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우울증에 시달렸고 술에 의존한 삶을 살았다. 그간 모아뒀던 돈도 변호사 수임비용과 세금으로 바닥 났다.

이후 정원사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시련이 있었다. 1만유로(약1300만원)를 들여 투자했던 티셔츠 사업이 주저앉았다. 보스먼은 2010년부터 무직자 신세로 매월 573유로(약74만원)의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축소됐다. 보조금 지급을 담당하던 관련부처는 '보스먼은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보조금 축소 사유를 밝혔다.

보스먼룰이 생긴지 20년이 지났다. 정작 앞날이 막막한 보스먼이다. 하지만 배는 고플지언정 고개 숙이지 않았다. 보스먼은 15일(한국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 내빈으로 참석해 "매우 만족한다. 나는 좋은 일을 했다. 이제 선수들은 말, 닭 등 가축처럼 취급 받지 않아도 된다. 노동자로서 진정한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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