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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차이' 부산-경남, 사과는 '천양지차'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5-12-07 18:56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부산 아이파크와 경남FC는 붙어있다. 부산의 홈구장인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과 경남이 쓰고 있는 창원축구센터 사이 거리는 40㎞에 불과하다. 하지만 양 구단이 보여주는 '사과'의 거리는 천양지차다.

부산은 5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부산은 수원FC와의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대2로 졌다. 1차전에서도 0대1로 졌다. 부산은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됐다. 바로 사과문을 올리며 팬들 달래기에 나섰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실망스런 결과를 안겨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시작했다. 팬들과 후원 기업 그리고 협력업체 임직원까지 챙겼다. '깊은 책임감을 통감합니다'고 했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더 나은 미래를 이야기했다. 5가지 약속을 제시했다. 단순한 사과가 아닌 진정한 자기 반성과 미래를 위한 다짐을 보였다.

경남은 4일 사과문을 썼다. 부산지방검찰청 외사부(부장검사 김성문)가 3일 '프로축구단의 용병 몸값 부풀리기 및 심판매수 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외국인 선수 비리와 관련해 안종복 전 경남FC 대표이사와 에이전트 박모씨(44)도 구속 기소됐다. 또 경남FC로부터 경기에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전, 현직 심판 4명도 기소됐다. 부산지검은 최모씨(39)와 이모씨(36)를 구속, 유모씨(41)와 류모씨(40)는 불구속 기소했다. 경남의 사과문은 늦었다. 부산지검의 발표가 나온지 24시간여만인 4일 오후 6시에야 사과문을 발표했다.

경남의 사과문에서는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과문은 단 3문장에 불과했다. 모두 형식적이었다. 그저 '죄송하다', '사죄드린다'고만 했다. 위기 모면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이제껏 경남이 보여줬던 사과문과도 거리가 있다. 2008년 3월 폭죽사고가 터졌을 때 경남은 진심어린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부상자 치료와 향후 재발 방지 계획도 밝혔다. 2011년 8월 승부조작으로 경남 선수들이 2명 불구속 기소됐을 때도 경남은 진정성이 느껴지게 사과했다.

사과문 발표 방식도 잘못됐다. 경남은 담당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사과문을 발송했다. 그 뿐이었다. 구단 홈페이지에도 올리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해서 직접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3문장짜리 사과문을 보도자료로 보내는 것은 상식 밖이다.

현재 경남을 맡고 있는 박치근 대표를 포함한 현 집행부로서 이번 사건을 전임 대표의 개인적 비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성의도 없고 상식에도 어긋나는' 사과문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 편협하고 아마추어적인 생각이다. 외국인 선수 계약 비리와 심판 매수는 챌린지 강등과는 비교할 수 없다. 명백한 범죄 행위다. 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3문장짜리 사과문으로는 팬들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없다.

여기에 비리가 있었던 2013년~2015년이나 지금 현재나 구단주(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동일인물이다. 결국 같은 구단주 아래에서 이뤄진 똑같은 잘못이다. 그럼에도 현 집행부는 3문장짜리 사과문으로 구단주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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