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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두 장을 넘길 때는 큰 감흥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2015년도 어느덧 한 장의 달력만 달랑 남았다.
하지만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축구계가 돌아봐야 할 여백이 있다. 축구공은 평등하다. 그러나 양지와 음지는 공존한다. 음지 중의 음지는 장애인 축구다. 보지 못해도, 듣지 못해도 뛸 그라운드와 축구공만 있으면 그들도 지상 최고의 행복을 만끽한다. 하지만 세상의 관심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울산에서 'LIG 전국장애인축구대회'가 열렸다. 2008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국내 유일, 최대 규모의 장애인 축구행사다. 시각, 뇌성마비, 지적, 청각 등 4개 유형의 장애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몸이 불편하다는 것은 그곳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매순간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된다. 대회에 출전한 그들의 투혼과 열정은 손흥민(토트넘)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부럽지 않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웃을 수만은 없다. 당장 내년이 걱정이다. 일반인 대회는 유치를 위해 줄을 선다. 지역 경제와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 발벗고 유치전을 펼친다. 그러나 장애인 축구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매번 유랑객 신세를 면치 못한다. 내년 대회 장소 확보도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김 부회장은 "대회 유치와 관련해 각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드린다. 전국장애인축구대회는 양적인 측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여기에 시민들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화합의 스포츠 제전으로 꽃 피울 수 있다. 또 지역 교육과의 연계도 검토할 만하다. 학생들에게 장애인 축구대회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진정한 화합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축구대회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 해당 지자체도 차별없는 시민사회의 아이콘으로서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축구행사가 매년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한민국의 위상과도 걸맞지 않다. 장애인 축구는 춥고, 열악하다. 그나마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내민 '아름다운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단 돈 1원이 아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장애인 축구를 향한 관심은 더 확대돼야 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대한축구협회도 눈길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해를 정리할 때다. 따뜻한 사회를 위해 주위를 한 번 더 돌아봐 주기를 바란다. 우리 속에는 분명 장애인도 함께 호흡하고 있다. '아름다운 손길'이 쌓이고, 쌓이면 그들의 미소는 더 커질 수 있다.
장애인 축구에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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