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남산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여성체육대상 시상식, '영예의 대상 수상자'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은 블랙 수트로 쫙 빼입었다.
2015년 전종목을 통틀어 가장 빛난 여성 스포츠인으로 선정된 '여자축구 스타' 지소연의 범상치 않은 수트 자태에 시선이 쏠렸다.
솔직하고 털털한 그녀가 "이거 보세요. 안감 진짜 예쁘죠?" 하며 블랙 재킷을 활짝 열어보였다. 블랙 재킷의 내피는 화려했다. 런던을 상징하는 빨간 2층 버스, 빅밴, 타워브릿지 등 명소들이 한폭의 풍경화처럼 좌르르 펼쳐졌다. "지난 4월에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상' 시상식에서 상으로 받은 옷이에요"라며 생긋 웃는다.
2층버스 문양 사이로 런던 전통의 '브리티시' 핸드메이드 정장 전문점 '스타워스(Stowers)'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스타워스'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런던 도심 세빌로우에 위치한 최고급 맞춤 정장 전문점이다. 주요 고객은 왕실과 전세계 주요 기업 CEO들, 스포츠 연예스타 및 셀러브리티들이다. 데이비드 베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게리 네빌 등 내로라하는 축구스타들도 세빌로우에서 맞춤 수트를 맞춰 입는 '단골 고객'이다.
글로벌 남성 매거진 GQ 런던판에 따르면, 스타워스의개인주문 수트는 한벌당 최소 4080파운드(한화 약 700만원)을 호가한다. 소재와 마감, 디테일이 남다르다. 지소연은 '올해의 남자선수'로 뽑힌 에덴 아자르 등과 나란히 '핸드메이드' 양복 티켓을 선물로 받았다.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린 직후인 8월 중순에야 런던 중심가의 '스토워스'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을 수 있었다. 꼼꼼한 실측을 거쳐 지소연의 체형에 딱 맞는, 오직 지소연만을 위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명품 수트가 탄생했다. 제작기간은 최소 8주 이상, 서너번의 치밀한 가봉을 거친 후에야 스페셜한 수트가 완성된다. 11월 20일, 호주전 소집을 위한 귀국 직전인 지난 20일, 무려 세달만에 런던의 장인의 숨결로 '한땀 한땀' 빚어낸 수트를 받아안는 감격을 누렸다. 때마침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수상의 낭보도 들려왔다. 시상식 룩(Look)을 위한,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1년 내내 유니폼 속에 감춰둔 패셔니스타의 감각을 발휘했다. 패션의 완성은 '첼시 부츠'였다. 19세기 빅토리아시대 런던 첼시 지역에서 빅히트를 기록했다던 바로 그 부츠, 발목까지 올라오는 심플한 블랙슈즈를 신은 '첼시의 10번' 지소연이 웃으며 말했다. "이 구두 이름이 '첼시 부츠'래요. 두말 없이 그 자리에서 샀죠."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