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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야 사는 게임, '절친' 골키퍼의 운명은 얄궂었다. '11m 룰렛' 앞에 서로를 마주했다. 잔인한 운명이 엇갈렸다. 현대제철 수문장 김정미의 슈팅이 골망을 흔드는 순간, 이천 대교 수문장 전민경이 골대 앞에 쓰러졌다. 김정미가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인천 현대제철 선수들이 "와!"하고 일제히 몰려들었다. 인천 현대제철의 우승이었다.
사상 첫 통합 3연패에 도전하는 인천 현대제철, 최다우승 4회 기록에 도전하는 이천 대교 모두 절실했다. 전민경과 김정미가 마주한 순간, 관중석의 팬들은 일제히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역사적인 순간, 보기 드문 명장면이 연출됐다. 결과는 전민경의 실축, 그리고 김정미의 성공, 우승팀이 결정된 순간 뜨거운 함성이 그라운드에 물결쳤다.
최인철 현대제철 감독은 "어제 바로 이 자리에서 승부차기 연습을 했다. 김정미를 마지막 키커로 결정하면서, '네가 끝내라'고 했는데 말대로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주장 이세은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대교 벤치에서 세리머니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홈 연고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시즌, 우리 홈구장에서 우승을 내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반쪽 전력으로 챔피언 탈환에 나선 이천 대교의 짜릿한 선제골, 종료 직전 현대제철의 극적인 페널티킥 동점골부터 승부차기 승리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120분 혈투, 이날 하루만큼은 '슈퍼매치'도 울고갈 '원더매치'였다. 소름 돋는 인천 극장이었다.
이날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정말 좋은 경기를 봤다. 운동장을 찾은 여자축구 팬들이 큰 즐거움을 갖고 가셨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투혼을 치하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인천 현대제철의 첫 통합 3연패를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천 대교가 아쉽게 졌지만, 박수받아 마땅하다.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했다. "리그의 수준이 결국 그 나라 대표팀의 수준이고, 대표팀의 수준이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내년 시즌을 더욱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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