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A와 B로 분리된 스플릿 세계가 열린다. 12개팀에게 허락된 일전은 5경기 뿐이다.
K리그는 3.5장의 ACL 티켓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최종전에서 0.5장이 결정됐다. ACL 티켓은 K리그 1, 2위와 FA컵 우승팀에 각각 한 장씩 돌아간다. K리그 3위가 0.5장을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이 FA컵을 제패하고, K리그에서 3위 이내에 포진하면 4위도 0.5장을 가져갈 수 있다.
ACL 경계선은 복잡하다. 전북은 설명이 필요없고, 수원도 한 발 앞섰다. 하지만 3~5위 포항(승점 56), 성남(골득실 +8), 서울(이상 승점 54·골득실 +7)은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사정권이다. 극적으로 그룹A에 승선한 6위 제주(승점 46)는 현실적으로 3위 싸움이 쉽지 않다. 물고 물리는 구도라 매 경기가 '승점 6점짜리'다. 공교롭게 18일 오후 4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과 서울이 충돌한다. 포항은 17일 오후 3시 원정에서 전북, 수원은 18일 오후 2시 홈에서 제주와 각각 격돌한다.
스플릿 첫 출발에 앞서 '윗물'인 그룹A의 6개팀 사령탑들이 1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에게 이목이 쏠렸다. 두 감독은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 천당과 지옥을 경험했다. 수원과 맞닥뜨린 포항은 비기기만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제주와 만난 서울의 경우의 수는 하나 뿐이었다. 포항이 안방에서 수원에 패하고, 원정에서 제주를 제압해야 하는 시나리오였다. 후반 막판 대반전이 일어났다. 포항과 제주에서 역전, 또 역전승이 연출되며 서울이 0.5장의 주인공이 됐다.
황 감독은 이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는 떠올리기도 싫다. 올해는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며 말문을 연 그는 "최용수 감독에게 꼭 FA컵 우승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웃었다. 곧바로 "농담"이라고 했지만 진심의 흔적은 지울 수 없었다. 서울이 FA컵에서 우승하면 ACL 진출 전쟁이 한결 여유로울 수 있다. 물론 승부욕은 숨기지 않았다. "그 전에 어느 정도 윤곽을 잡고 가고 싶다. 생각 같아선 마지막가 경기 전 확정을 했을면 좋겠다. 하지만 단두대 매치도 언제든지 환영한다." 포항과 서울은 올 시즌 최종전(11월 29일)에서 격돌한다.
FA컵과 K리그, 두 개의 칼을 쥐고 있는 최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마지막 극적인 드라마에서 운이 좀 따랐다. 항상 포항과 우리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치열하게 결과를 다퉜다. 마지막 경기서 만난다. 단두대 매치가 됐을 때 황 감독님과의 피말리는 상상을 하기 싫다. 그 전에 마침표를 찍고 싶다. 다만 포항은 만날 때마다 며칠 전부터 승부욕이 올라온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FA컵 결승전과 K리그, 두 개의 전투에 대해선 "챔피언이란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 리그는 수원을 포함해서 5개팀은 순위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지금 순위표 가지고 ACL 출전권을 논하기는 이르다. 우린 리그도 팬들을 위해 매 경기를 최선을 다하며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FA컵은 그 후에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과 서울의 중간에 낀 김학범 성남 감독은 "말이 리그 4위지, 한 골차다. 물론 홈 경기를 한 경기 더 치를 수 있는 이점은 있다. ACL 티켓은 피터지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유로운 최강희 전북 감독은 "ACL 티켓은 전북과 수원이 한 장씩 가져가고 남은 한 팀은 모르겠다"며 한 발을 뺐고, 서정원 수원 감독은 전북, 수원, 포항이 ACL 티켓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확률이 적지만 단 1%의 가능성을 가지고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무대가 다시 열린다. ACL 티켓 전쟁이 최대의 승부처로 떠올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