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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색깔은 다소 보수적이다.
그 시작은 정우영(26·빗셀고베)의 발견에서 출발한다. 정우영은 기성용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좋은 체격조건에 패싱력을 겸비했다. 축구센스가 좋아 전개력도 뛰어나다. 이러한 정우영의 가세로 기성용의 활용폭이 커졌다. 그간 A대표팀은 공격 전개시 기성용의 발끝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성용은 공격 본능을 발휘하기보다 경기 조율에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기성용은 기본적으로 공격 재능이 더 많은 선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호주아시안컵에서 위기 때마다 기성용을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윙어로 활용하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정우영에게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패스 시발점을 맡겼다. 이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기성용이 공격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는 여력을 줬다. 드리블 돌파와 침투를 즐기며 기동력까지 갖춘 권창훈(21·수원)이 가세한 '정우영-기성용-권창훈의 삼각편대'는 기존의 한국축구 중원에서 볼 수 없는 세련미를 더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을 꺼낼 수 있었던 것은 원볼란치(1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는 정우영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정우영은 공격력에서는 다소 기성용에 밀리지만 수비력은 더 뛰어나다. 소속팀에서는 스리백의 중앙수비수로 활약한 적도 있다. 활동반경도 넓다.
정우영의 시작은 기성용 대체자였다. 정우영은 6월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부상으로 낙마한 기성용을 대신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정우영은 이제 기성용의 대체자가 아닌 한국축구 중원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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