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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또다른 도전 FA컵 준결승 주목받아 마땅한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10-13 21:56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14일 오후 7시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FA컵 전남과의 준결승이다. 2006, 2007년 이후 세 번째 도전이다.

올 시즌 인천은 이미 한 차례 아픔을 맛봤다. 김도훈 인천 감독은 지난 4일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성남전(0대1 패) 이후 기자회견을 하던 중 갑자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 사이 인천 라커룸에서는 선수들도 펑펑 울고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스플릿 그룹A에 진출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김 감독의 오열은 그룹A를 아깝게 놓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선수들과 고생했던 기억과 개인이 아닌 '팀'으로 따라와 준 제자들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그날의 눈물은 털어버렸다. 이번 FA컵 준결승에서 구단 역사를 새로 쓰기 위해 지난 열흘간 와신상담했다. 인천의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면 최악의 경우 실패한다 해도 사실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여기까지 달려와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구단 지원 투혼으로 이겨냈다

인천 선수단은 설움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닥친 구단 재정 파탄 상황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구단 직원-선수단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달 29일 8월분 급여를 받았다. 9월분은 또 밀렸다. 구단은 당초 추석 연휴 이전에 체불을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인천 구단 식구들은 빈 손으로 우울하게 명절을 보냈다. 뒤늦게 8월분이라도 받은 것에 감사해야 했다. 선수들에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 같은 '찔끔찔끔 체불사태'는 4월부터 계속됐다. 프로의 세계에서 선수들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도 남을 일이다. 한때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그룹A의 꿈에 근접하기 시작할 때 변변한 사기진작책은 없었다. 흔히 말하는 승리수당이나 그룹A 진출 보너스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잘 먹고 힘내라고 특별 고기파티도 사치다. 스폰서 뷔페식당의 배려로 가끔 푸짐하게 먹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일부 선수는 월세 낼 돈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굴렀고, 김 감독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자청하기까지 했다. 프로선수도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사정이 이쯤되면 몸도 마음도 떠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열악한 구단 지원에 대놓고 불평하는 이는 없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그런 심정을 잘 알기에 지휘자가 아닌 '형님' 노릇을 더 많이 했다. "없는 형편 불평하기에 앞서 어차피 받게 될 임금 한결 떳떳하게 받아보자"는 김 감독의 위로가 선수들을 붙잡아 준 힘이 됐다. 강등권 모면이 목표였던 인천이 상위 스플릿에 근접에 이어 FA컵 준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칭찬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움 많은 '외인구단', '늑대팀'으로 변신하다

김인성 김동석 김원식 권완규 박대한 박세직 김진환. 이들 인천 선수에겐 2가지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주축 멤버들이다. 여기에 모두가 이적생이거나 무명이었다. 원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렸거나 지난해까지 출전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해 설움 많은 선수들이었다. 인천은 지난 겨울 커다란 내홍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구단 재정 악화와 함께 김봉길 전 감독 해임 사건이 터졌고, 지난해 주축이었던 구본상(울산) 문상윤(전북) 박태민 남준재(이상 성남) 이석현(서울) 등을 떠나보냈다. 김도훈 감독 선임도 늦게 완료돼 빠듯하게 동계훈련을 거쳤다. 핵심 공격수 케빈의 합류도 늦었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개막 직전 공격의 중심으로 기대했던 설기현(성균관대 감독)마저 돌연 은퇴했다. 졸지에 김 감독은 데뷔 첫 해부터 '외인구단'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잘 되면 '공포의 외인구단'이고, 잘 못되면 '오합지졸'이 돼는 기로에서 김 감독은 '팀'을 앞세웠다. 제각각 대면대면한 선수들을 뭉치게 하는 게 급선무였다. 협동 본능이 강한 '늑대'라는 콘셉트를 발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 '외인구단'에게 월급보다 소중한 것은 김 감독이 부여한 출전기회였다. 어느새 인천 선수들은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게 더 행복하다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기 시작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때 미드필더 핵심 조수철이 타구단 러브콜을 받고도 잔류를 선택한 것도 인천에서 더 많아진 '기회' 때문이었다고 한다. 조수철이 이적했다면 대위기를 맞을 뻔했던 인천은 그의 의리에 더욱 똘똘 뭉쳤다. 그래서 무서운 '늑대팀'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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