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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가 운명의 중동 원정을 맞았다.
8일 레바논과의 3차전을 치른 뒤 10월 8일에는 쿠웨이트에서 4차전을 치러야 한다. 이들 2차례 중동 원정은 한국의 2차예선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다.
G조에서 조1위로 최종예선 직행을 노리는 한국에게 레바논, 쿠웨이트는 순위다툼 경쟁자다. 이른바 새로운 '중동킬러'가 필요할 때다.
한국축구에서 추억의 '중동킬러'는 이동국(전북)과 박주영(FC서울)이었다. 이동국은 A매치 33골 중 10골을, 박주영은 A매치 24골 중 11골을 중동전에서 넣으며 '중동킬러' 명성을 떨쳤다.
그래서 구자철(아우쿠스부르크)의 합류가 더 반갑다. 마인츠에서 아우쿠스부르크로 이적하는 절차를 마치고 뒤늦게 합류한 구자철은 슈틸리케호 태극전사 가운데 레바논에 가장 좋은 추억을 안고 있다. 레바논전에서 골맛을 본 유일한 선수다. 구자철은 2011년과 2012년 레바논전에서 각각 1골을 넣었다. 2011년 6대0 대승 당시 해트트릭을 달성한 박주영(FC서울)의 추가골을 도운 이도 구자철이었다. 역대 레바논전 공격포인트 기록(2골-1도움)으로는 박주영(3골)과 함께 선두다.
구자철은 레바논전 2골 외에도 2011년 이사안컵 바레인전(2대1 승)에서 2골을 몰아넣었다. 그의 A매치에서 유일한 멀티골이다. A매치 경력이 47경기 14골인 그가 중동전 14경기에서 4골을 터뜨린 점까지 감안하면 기대감은 더 높아진다.
2선 공격의 중심을 이끌 구자철이 '중동킬러'로 가장 유력한 가운데 최전방서는 석현준(비토리아)에게 눈길이 간다. 석현준은 2013∼2014시즌 알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에서 뛰면서 14경기 2골을 기록했다. 중동 축구를 경험한 데다, 지난 라오스전에서 A매치 2경기 만에 데뷔골도 터뜨려 발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타깃맨'은 아니지만 후방에는 묵묵히 뒷받침하는 숨은 '중동킬러'가 있다. 중원의 대들보 기성용(스완지 시티)은 현 태극전사 가운데 중동과의 경험이 24경기로 가장 풍부하다. A매치 75경기 5골을 기록하는 동안 1골-1도움을 중동전에서 작성했다. 레바논은 극단적인 밀집수비를 하는 라오스와 달리 역습 등을 앞세워 간혹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폭적인 홈 관중의 응원까지 등에 업고 있다. 공-수 전환 횟수가 월등하게 많아지는 만큼 수비형 미드필더 핵심인 기성용은 더 바빠지게 생겼다. 라오스전에서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이재성의 마무리 골을 절묘하게 도와준 것처럼 레바논 원정에서도 기성용의 노련미와 기술이 필요하다.
수비라인의 중심 곽태휘(알힐랄)는 대표팀 유일한 중동리그 소속이자 '승리의 전령사'다. 곽태휘는 A매치 45경기 5골. 이 가운데 중동전에 14차례 출전해 수비수인데도 2골을 넣었다. 무엇보다 곽태휘가 출전한 중동전에서 승률이 압권이다. 그의 중동전 성적은 12승1무2패, 승률 86%다. 중동전 경험이 가장 많은 기성용의 승률 67%(24경기 16승)보다 훨씬 높다.
라오스전에서 쉬는 대신 레바논전에 맞춰 준비한 수문장 김승규(울산)도 이번 승리의 보증수표다. A매치 15경기에서 12실점으로 0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는 그는 UAE(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을 경험하면서 3경기 모두 무실점 승리를 도왔다.
이처럼 슈틸리케호에는 준비된 '중동킬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레바논 원정길이 두렵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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