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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 인천의 저주 징크스에서 짜릿하게 탈출했다.
포항에게는 차려놓은 밥상을 또 걷어차려다가 힘겹게 챙겨먹은 경기였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인천에서 계속 이기지 못했으니 이번에는 꼭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포항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생긴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인천과의 원정경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무2패다.
그랬던 포항에 이번에는 행운이 따랐다. 후반 5분 만이었다. 전반에 경고를 받았던 인천 미드필더 김원식이 포항 황지수를 넘어뜨렸다가 경고누적으로 퇴장됐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수 연결고리를 하던 김원식의 퇴장은 인천에 치명타였다.
후반 21분 양팀 감독의 치열한 수싸움도 전개됐다. 벤치 대기 중이던 공격수 김승대와 박성호를 동시에 투입했다. 특히 김승대는 2015년 동아시안컵에서 A데뷔전 데뷔골로 스타덤에 오른 주인공이다. 체력안배를 위해 쉬게 했다가 조커로 쓰겠다던 황 감독이 수적 우위에도 잘 풀리지 않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여기에 김 감독은 공격자원 진성욱 대신 김대중을 투입해 수비라인을 강화하는 것으로 맞섰다. 올 시즌 최소실점의 짠물수비로 유명한 인천이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포항은 좀처럼 수적 우위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인천의 막강 수문장 유 현의 선방도 포항을 괴롭혔다. 하지만 또 운이 따랐다. 후반 43분 인천 수비수 요니치가 거친 태클로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측면 바로 앞에서 프리킥을 허용했다. 신진호의 킥이 수비수의 머리를 맞고 굴절되면서 크로스바를 맞더니 골문 안으로 꽂혔다. 천하의 골키퍼라도 막을 수 없은 공이었다.
잘 버티다가 어이없는 골을 허용한 인천은 급격히 무너졌다. 곧이어 킥오프를 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후방으로 돌린 패스가 너무 짧았다. 이때 동아시안컵의 사나이 김승대가 질풍처럼 달려들어 볼을 낚아채더니 골키퍼를 제치고 쐐기골을 터뜨렸다.
포항을 괴롭혔던 '인천의 저주'는 지독하게 심술을 부리는 듯하더니 막판에 행운까지 더해져 그렇게 무너졌다. 포항의 힘겨웠던 징크스 탈출기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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