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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남의 경사'이종호의 태극마크"꿈의 시작"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7-21 18:03 | 최종수정 2015-07-22 08:01


광양축구전용경기장/ K리그 클래식/ 전남드래곤즈 vs 인천유나이티드/ 전남 스테보, 이종호, 노상래 감독/ 승리/ 기쁨/ 사진 정재훈

'광양루니' 이종호(23·전남 드래곤즈)가 마침내 슈틸리케호에 승선했다. 오랜 꿈을 이뤘다.

이종호는 20일 오전,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발표한 동아시안컵 23인의 명단 중 미드필더로 이름을 올렸다. 이종호의 태극마크는 개인의 경사일 뿐 아니라 전남의 경사다. '전남유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 서울 출신 미드필더 이현승(대전) 이후 4년째 끊어졌던 태극마크의 명맥을 이었다.

동아시안컵 엔트리가 발표되던 날, 이종호는 일부러 아침잠을 청했다.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면 시간이 안 갈 것 같았다. 이미 다 정해져 있을 텐데 자고 일어나면 뭔가 돼 있겠지 했다." '낭보'를 가장 먼저 전해준 이는 '국대 수비수 출신' 선배 최효진이었다.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호! 축하해!"를 외쳤다. "효진이형의 축하를 받고 '아, 됐구나'했다. 정말 기뻤다." 동료들의 축하 릴레이가 이어졌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이날 오후 훈련장에서 축하인사를 건넸다. 광양에서 '캐넌슈터' 노상래를 보며 축구의 꿈을 키워온 소년의 꿈이 이뤄졌다. 이종호는 "노 감독님 덕분이다. 따뜻한 조언과 애정어린 질책을 아끼지 않은 노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연신 고개 숙였다. 노 감독 역시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스며나오는 미소는 감출 수 없었다. 지난 17일, 올스타전에서 '팀 슈틸리케'의 코치로 슈틸리케 감독과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슈 감독'은 노 감독에게 "이종호를 풀타임으로 다 뛰게 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전남과 울산미포조선의 주중 FA컵 8강전(22일)을 앞둔 소속팀에 대한 배려였다. 노 감독은 "상관없다. 마음껏 뛰게 하시라"고 답했다. 노 감독은 "그때 내 솔직한 마음은 '더 많이 뛰게 하시고, 부디 우리 종호 잘 봐주세요'였다"며 웃었다. 이종호는 "감독님의 마음을 느낀다"고 했다. "감독님께서 '가서 잘해야 한다. 세밀한 부분에 신경을 더 많이 쓰라'고 조언해주셨다"며 웃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종호를 측면 자원으로 쓸 뜻을 내비쳤다. 이종호는 전남에서 섀도스트라이커, 양측면, 원톱을 두루 소화하는 멀티자원이다. 많이 뛴다. 측면에서 밖으로 돌아가고, 안으로 파고들고, 미드필드 숫자를 늘리고, 사이드백과 연계한 공간 플레이에 이미 익숙하다. "측면도 자신 있다"며 웃었다.

한편, 뒤늦게 이종호의 태극마크 소식을 들은 '테보형'스테보는 단단히 삐쳤다. 가장 기다렸던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다. "테보형이 한대 때리고, 1초 화내더니, 계속 축하한다고, 훈련장에서, 버스에서, 숙소에 올 때까지 계속 축하한다고… 하하." 이종호가 활짝 웃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관전한 울산전에서 이종호는 스테보의 도움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테보형 덕분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고맙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올스타전 상대 수비수로 나서 이종호에게 골을 헌납한 '국대 대선배' 최효진, 김병지에게도 농반진반, 감사인사를 전했다. "올스타전에서 효진이형이 태클을 들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한발 멋있게 물러주셨다. '병지삼촌'한테도 고맙습니다 했다"며 웃었다.

1992년생 이종호는 광양제철고 시절 동급 최강이었다. 손흥민(레버쿠젠), 윤일록(서울), 이재성(전북) 등이 이종호의 동기다. 첫 태극마크까지 기다림이 깊었다. "또래 친구들이 잘되는 것을 보면서 '내가 더 잘했는데'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러나 전남에 5년간 있으면서 남탓보다는 내탓을 하게 됐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하다. 많이 느끼고 배웠다"고 했다. "지난해 말 제주 전지훈련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팀으로 대회에 나가는 건 처음이다. 첫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슈틸리케 감독님께 유럽파와 견줘도 경쟁력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대표팀에 계속 승선하고, 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첫 기회, 첫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꿈을 밝혔다. 전남 유일의 국가대표로서 책임감도 또렷했다. "전남 소속으로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생각, (지)동원이형, (윤)석영이형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늦은 감이있지만 5년간 전남에서 뛰면서, 더 단단해졌다. 실력을 증명할 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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