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답하다. 좀처럼 깊은 슬럼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윤정환 감독 체제로 바뀐 올 시즌은 기대가 컸다. 사령탑 교체 효과가 보였다. 시즌 개막 이후 3승1무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반짝했다. 4월 5일 광주전 승리 이후 최근 13경기에서 거둔 승리는 단 1승 뿐이다. 부진의 리듬이 지난 시즌과 오버랩된다. K리그의 한 관계자는 "이젠 울산을 만나도 상대 팀이 내려서지 않는다. 승점자판기가 돼 버렸다"며 아쉬워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윤정환 감독은 매 경기가 끝난 뒤 "실점을 내줄 때 상대 선수와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다", "다음 상황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 "좋은 기회를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는 원론적인 평가를 되풀이한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는 "우리의 것만 잘하면 이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비수들의 불안감도 부진의 한 축이다. 이번 시즌 울산은 실수로 실점을 허용하는 장면이 많았다. 조직력적인 실수가 아닌 개인적인 실수다. 대량 실점은 없었다. 한 경기 최다 실점은 2골이다. 그러나 실수가 나오면 수비수들의 심리가 위축됐다. 다음 경기에서도 실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때문에 수비진이 쉽게 오프사이드 라인을 올리지 못해 공격 시 공격진과의 공간이 넓어진다. 상대 역습 시 조직력이 붕괴되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다. 특히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경기를 리드하고 있어도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하고 점수차를 지키려고 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일본 J리그와 다른 K리그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윤 감독을 둘러싸고 있던 보호막도 이제 사라졌다. 변화없이는 반전도 없다. 윤 감독은 선수 영입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기보다 현재 선수들로 조직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직 반등의 기회는 남아있다. 클래식은 33경기를 치른 뒤 두 세상으로 나뉜다. 1~6위는 스플릿 A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다. 7~12위는 스플릿 B에서 클래식 잔류 싸움을 벌인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다. 그러나 경기력 향상이 없으면, 울산은 '스플릿 B'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