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월드컵]'따뜻한 덕장'윤덕여감독"선수들 믿는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6-13 13:01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손꼽히는 '덕장'이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남자대표팀 수비라인을 지켰던 윤 감독은 포항제철중 감독으로 일했고, 포항 스틸러스 수석코치, 남자연령별 대표팀, 전남드래곤즈 수석코치를 두루 역임했다. 여자대표팀을 맡은 건 지난 2012년 12월부터다. 이후 2년 반동안 캐나다여자월드컵을 목표로 선수들과 동고동락해왔다. 윤 감독은 여자선수들을 딸처럼 아낀다. 선수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은 그라운드 현장에서 수시로 전해진다. 인천아시안게임 북한전에서 아쉬운 수비실수로 패했던 날, 윤 감독은 믹스트존에서 속상해 하던 선수들을 일일이 다독였다. 캐나다여자월드컵 브라질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윤 감독의 말은 영어로 번역돼 알려진 후 잔잔한 화제가 됐다. 이날 선수들은 백패스 2번의 실수가 있었고, 2골을 허용했다. 윤 감독은 선수를 탓하거나 혼내지 않았다. 오히려 실수로 인한 상처를 다독였다. "실수한 선수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았을까, 그 힘든 마음을 회복시켜 다음 경기를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믹스트존에서도 "우리 선수들 다음 경기는 더 잘할 것"이라며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지나갔다.

코스타리카전을 준비중인 박은선 역시 "믿어주신 윤덕여 감독님께 감사한다"고 했다. 경미한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윤 감독은 박은선의 능력을 믿고 발탁했다. 박은선 역시 그 믿음을 알고 있다. 윤 감독은 "나도, 우리 선수들도 박은선에 대한 믿음이 있다. 우리 팀에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이고, 그렇기 때문에 불렀다. 나도 기대하고 있고, 믿고 있다. 본인도 팀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박은선은 "감독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시고 치료받을 때 운동할 때 아픈 걸 수시로 세심하게 체크하신다. 그라운드에 나서게 되면 아픈 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아프더라도 팀을 위해 무조건 뛰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 감독은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답답할 것"이라고 했다. 브라질전에 박은선을 아낀 것과 관련 "은선이를 투입해도 전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써야 할 때 못쓰는 일이 생기면 안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때 쓰기 위해, 선수 보호를 위해 아꼈다"고 설명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2010년 남아공월드컵 원정 첫 16강 현장에서 수석코치로 뛰었던 정해성 캐나다여자월드컵 단장은 "여자선수들은 남자들과 뼈, 골격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훈련중 그라운드에서 세게 넘어지면 곧바로 일어나기 힘들다. 한동안 윤 감독이 화내거나 재촉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인내심이 대단하다"고 했다.

윤 감독은 캐나다여자월드컵 E조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을 하루 앞둔 13일(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스타디움 내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전 기자회견에서 필승의 뜻을 또렷이 밝혔다. "코스타리카전은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브라질과의 1차전에 실패했기 때문에 2차전은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힘과 전력을 발휘해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우리가 그동안 목표하고 계획했던 성과를 가지고 갈 수 있다. 오늘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 잘해서 내일 경기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첫승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지난 2년반 함께 준비해온 100%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심리적인 부담감,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우리가 준비한 것만큼,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편안한 가운데서 경기하는 부분을 주문하고 싶다"고 했다.

언제나처럼 선수들을 향한 확고한 믿음을 표했다. "그동안 나와 우리 선수들은 오랫동안 시간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제 의도를 우리 선수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심리적 부담 부분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몬트리올(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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