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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선수-직원들에게 미안해서 눈물만 납니다."
최근 임금 체불사태를 겪고 있는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눈물겨운 버티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인천 구단은 그동안 일부 선수와 프런트 직원들의 4월분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일종의 '경고'를 받았고, 5월 급여일(25일)까지 체불을 해결하겠다는 정상화 계획서를 제출했다.
5월 급여일이 지났기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급한 불만 간신히 끈 반쪽 해결이었다. 27일 인천 구단에 따르면 25일은 석가탄신일 연휴기간이어서 지난 22일 급여를 지급했는데 지급된 것은 밀린 4월분이었고, 지급 대상도 선수들로 국한됐다.
결국 체불사태가 또 이어진 셈이다. 현재 인천 구단의 체불사태가 계속되는 이유는 그렇지 않아도 재정환경이 열악한 시민구단 특성상 딱히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부 선수의 4월분 밀린 급여를 지급한 것도 김광석 대표의 주머니를 털어서 간신히 해결했다. 김 대표는 개인 자택을 담보로 맡기고 금융권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파견 공무원인 김 대표에게 집 한 채는 박봉의 공무원 월급으로 평생 모아 마련한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그런 재산을 담보로 잡는다고 하니 가족들이 순응할리 만무하다.
김 대표는 "곤혹스러워 하는 아내에게 '못난 남편 만나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면서 "어려운 환경에도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더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 구단은 남은 체불임금을 해결하기 위해 후원사를 상대로 읍소작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로서는 꾸준히 인천 구단을 후원했던 A대기업이 유일한 희망이다.
인천 구단은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 A기업으로부터 그동안 해왔던대로 후원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구두 약속을 받았을 뿐이다. 그 약속을 믿고 버텨오다가 막상 후원금이 들어오지 않자 체불사태가 커진 것이다. 인천 구단은 그동안의 의리와 정에 호소하며 A기업을 설득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다.
김 대표는 "구단 임직원들이 거의 울다시피 매달리고 있다. 6월 초 쯤 작은 희망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A기업의 후원은 인천 구단에게는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없다.
구단이 모기업 격인 인천시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청했지만 시의회 통과 과정 등을 거치려면 9월이나 돼야 가능하다. 그 때까지 버틸 여력이 없다.
구단 프런트 직원들도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일단 선수들이 우선이니 4월분 급여라도 지급된 것으로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선수들 사기 더 떨어질까봐 연이은 체불에 볼멘소리도 제대로 못한다.
프로축구연맹의 체불 관련 규정상 선수들만 해당되지 사무국 직원에 대해서는 연맹이 구제할 방법도 없다. 구단 직원들은 이래저래 '약자'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직원은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움직임이다.
한편, 프로축구연맹은 중국 출장 중인 담당 직원이 복귀하는 대로 인천 구단의 체불사태 상황을 모니터링 한 뒤 추후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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