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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돌풍의 숨은 비결 김도훈 감독에게 들어보니...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05-18 15:47 | 최종수정 2015-05-19 07:57





이쯤되면 인천발 '늑대축구'의 돌풍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시즌 개막 이전까지만 해도 약체로 분류됐다.

시민구단 특성상 객관적인 전력이 열악했고, 비시즌기 감독 선임, 선수 이탈 등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동계훈련도 늦게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구단 내부적으로 임금 체불사태까지 불거지는 등 이래저래 악재 투성이였다.

하지만 그라운드의 늑대전사들은 달랐다. 연이은 무승부로 애를 태우더니 어느새 3연승 바람을 타며 중상위권으로 급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교체멤버의 활약상이다. 새내기 김도훈 감독의 '신의 한수'가 제대로 통한다.

17일 부산전(2대1 승)이 대표적인 경우. 김 감독은 후반에 케빈과 김도혁을 동시에 투입했다. 김도혁이 중원에서 패스게임을 주도하면서 전반까지 무기력했던 플레이가 확 달라졌다. 장신(1m96) 케빈이 앞선에서 위압감을 주자 상대 수비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천수의 PK 동점골, 김진환의 역전 결승골은 케빈을 커버하는 과정에서 파생됐다. 교체 성공률 100%였다.

앞서 9일 제주전(1대0 승)에서 김 감독은 반대의 교체카드로 재미를 봤다. 부산전과 반대로 김도혁이 선발로 나섰다가 후반 9분 김동석과 교체됐다. 김동석은 투입된 지 13분 만에 결승골을 터뜨리며 김 감독을 기쁘게 했다. 4월 19일 울산전(1대1 무)의 박세직, 3월 14일 수원전(1대2 패)의 김인성도 교체 투입돼 골을 선물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쑥스러워 던진 농담일 뿐이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지금까지 고수하는 자신 만의 원칙이 있다.

평소 훈련때 준비된 모습을 처절하게 보여주는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상대 팀 스타일에 따라 선발 멤버가 간혹 바뀌지만 교체 멤버는 경기 중 돌발 상황을 제외하고 훈련에서 파악된 컨디션을 토대로 미리 머릿속에 정해놓고 경기에 임한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 감독은 선수들 데이터가 잔뜩 담긴 노트북을 항상 갖고 다닌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교체 투입됐을 때 무엇을 해야하는지 점차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훈련때부터 준비하고 경기장에서 펼쳐주는 선수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인천은 세컨드볼에 유독 강하다. 지난 부산전 김진환과 제주전 김동석의 결승골 등 인천의 올 시즌 득점의 대부분이 세컨드볼에서 나왔다. 김 감독은 최고 골잡이 명성을 떨치던 현역 시절 이른바 주워먹은 골보다 정확한 위치선정과 결정력으로 본능적으로 골냄새를 잘 맡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그가 인천에서는 세컨드볼을 입이 닳도록 강조한다. 객관적 전력이 약한 인천의 특성상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김 감독은 동계훈련때 수비강화에 우선 집중했고 요즘도 효과를 보고 있다. 이 때 김 감독은 상대의 공격기회를 한 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세컨드볼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공격시에도 세컨드볼을 잡으면 슈팅을 하든, 뭘 하든 마무리를 짓고 내려오라고 세뇌시켰다.

김 감독은 "세컨드볼을 잡기 위해서는 타고난 축구감각도 중요하지만 많이 움직이는 것, 이른바 몸으로 때우는 게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동계훈련때 체력훈련을 정말 혹독하게 시켰는데 생갭다 일찍 효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훈련때 세컨드볼을 귀가 아프도록 주문하는데 선수들이 이제 공격에서도 좋은 집중력을 보여준다"며 선수들에게 또 고맙다고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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