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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인천발 '늑대축구'의 돌풍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시민구단 특성상 객관적인 전력이 열악했고, 비시즌기 감독 선임, 선수 이탈 등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동계훈련도 늦게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구단 내부적으로 임금 체불사태까지 불거지는 등 이래저래 악재 투성이였다.
하지만 그라운드의 늑대전사들은 달랐다. 연이은 무승부로 애를 태우더니 어느새 3연승 바람을 타며 중상위권으로 급부상했다.
17일 부산전(2대1 승)이 대표적인 경우. 김 감독은 후반에 케빈과 김도혁을 동시에 투입했다. 김도혁이 중원에서 패스게임을 주도하면서 전반까지 무기력했던 플레이가 확 달라졌다. 장신(1m96) 케빈이 앞선에서 위압감을 주자 상대 수비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천수의 PK 동점골, 김진환의 역전 결승골은 케빈을 커버하는 과정에서 파생됐다. 교체 성공률 100%였다.
앞서 9일 제주전(1대0 승)에서 김 감독은 반대의 교체카드로 재미를 봤다. 부산전과 반대로 김도혁이 선발로 나섰다가 후반 9분 김동석과 교체됐다. 김동석은 투입된 지 13분 만에 결승골을 터뜨리며 김 감독을 기쁘게 했다. 4월 19일 울산전(1대1 무)의 박세직, 3월 14일 수원전(1대2 패)의 김인성도 교체 투입돼 골을 선물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쑥스러워 던진 농담일 뿐이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지금까지 고수하는 자신 만의 원칙이 있다.
평소 훈련때 준비된 모습을 처절하게 보여주는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상대 팀 스타일에 따라 선발 멤버가 간혹 바뀌지만 교체 멤버는 경기 중 돌발 상황을 제외하고 훈련에서 파악된 컨디션을 토대로 미리 머릿속에 정해놓고 경기에 임한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 감독은 선수들 데이터가 잔뜩 담긴 노트북을 항상 갖고 다닌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교체 투입됐을 때 무엇을 해야하는지 점차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훈련때부터 준비하고 경기장에서 펼쳐주는 선수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인천은 세컨드볼에 유독 강하다. 지난 부산전 김진환과 제주전 김동석의 결승골 등 인천의 올 시즌 득점의 대부분이 세컨드볼에서 나왔다. 김 감독은 최고 골잡이 명성을 떨치던 현역 시절 이른바 주워먹은 골보다 정확한 위치선정과 결정력으로 본능적으로 골냄새를 잘 맡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그가 인천에서는 세컨드볼을 입이 닳도록 강조한다. 객관적 전력이 약한 인천의 특성상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김 감독은 동계훈련때 수비강화에 우선 집중했고 요즘도 효과를 보고 있다. 이 때 김 감독은 상대의 공격기회를 한 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세컨드볼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공격시에도 세컨드볼을 잡으면 슈팅을 하든, 뭘 하든 마무리를 짓고 내려오라고 세뇌시켰다.
김 감독은 "세컨드볼을 잡기 위해서는 타고난 축구감각도 중요하지만 많이 움직이는 것, 이른바 몸으로 때우는 게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동계훈련때 체력훈련을 정말 혹독하게 시켰는데 생갭다 일찍 효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훈련때 세컨드볼을 귀가 아프도록 주문하는데 선수들이 이제 공격에서도 좋은 집중력을 보여준다"며 선수들에게 또 고맙다고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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