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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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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제주의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의 화두는 '탈출'이었다. 수원은 지난 13일 FA컵 32강전에서 전남과 120분 연장 혈투 끝에 승부차기로 패했다. 연장전의 후유증, 5월 '살인일정'이 맞물려 위기론이 팽배했다. 제주는 '뭍'에서 약한 징크스를 깨야했다. 안방에서 4승1무를 수확한 제주는 원정에서는 2무3패로 승리가 없었다. 원정 무승의 벽을 넘어야 상위권 유지가 가능했다. 2위 자리를 두고 벌인 수원과 제주의 '탈출 전쟁'. 마지막에 웃은 팀은 어디였을까.
'오범석 시프트+빠른 수비수' 노림수의 승리
서정원 수원 감독은 제주전에 1.5군을 출격시켰다. 19일 열리는 가시와(일본)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에 대비한 선택이었다. 수비라인은 전원 교체했다. 왼측면부터 양상민 구자룡 연제민 신세계가 투입됐다.오범석은 풀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수비가 약한 수원이 주전 수비수를 뺀 건 모험에 가까웠다. 그러나 수원은 제주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1대0으로 승리를 챙겼다. 수비수 구성에 심혈을 기울인 서 감독의 노림수가 통했다. 서 감독은 "스피드가 있는 제주 공격수들은 뒷공간 침투를 많이 노린다. 이들의 스피드에 연제민과 구자룡의 스피드로 맞선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연제민과 구자룡은 제주의 까랑가와 강수일을 단 2개의 슈팅만을 허용했다. 만점 활약이었다. 불안한 수비라인을 보완하기 위해 꺼내든 오범석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FA컵 120분 활약에 이어 또 풀타임을 뛴 오범석은 제주의 장기인 윤빛가람의 전진 패스를 막아내며 제주 공격 루트를 차단했다. 서 감독은 "중앙 수비수들이 어려서 수비 안정을 위해 오범석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투입했다. 밸런스를 잡고 어린 선수를 이끌며 120% 역할을 해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범석은 발빠른 대처로 경기 중 의식을 잃은 제주 미드필더 정영총의 응급처치를 도와 팬들에게도 박수갈채를 받았다. 전반 2분 정영총이 공중볼을 처리하다 팀 동료 강수일과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옆에 있던 오범석이 정영총의 기도를 확보하는 응급처치를 취했다. 곧바로 의료진이 투입됐고, 정영총은 1분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베테랑' 오범석의 기민한 대처가 불상사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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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지못한 '부상 변수+염기훈 왼발'
수원전을 앞두고 배기종과 양준아까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주전 6명(배기종 송진형 정다훤 이 용 양준아 김호준)이 빠지자 조성환 제주 감독은 부상에서 회복한 까랑가를 40여일만에 출격시켰다. 까랑가, 정영총, 강수일의 스피드로 수원 수비진을 공략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조 감독의 구상은 경기시작 2분만에 어긋났다. 정영총이 전반 2분 쓰러져 교체됐고, 심광욱을 급하게 투입했다. 일주일간 준비해 온 공격 전술은 정영총의 교체 아웃으로 물거품이 됐다.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졌고 조직력도 엇박자를 냈다. 제주는 전반에 단 3개의 슈팅에 그쳤다. 후반 24분 심광욱 대신 박수창이 투입되며 정상궤도에 올라섰지만 만회골은 터지지 않았다. 반대로 수비에서는 염기훈의 왼발을 막아내지 못했다. 조 감독은 스피드와 투지가 좋은 김봉래를 투입해 염기훈을 전담 마크시켰다. 염기훈 봉쇄법으로 '강한 압박과 거친 태클'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세트피스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제주는 후반 11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찬 염기훈의 프리킥을 막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수비 집중력이 아쉬웠다. 날카롭게 휜 염기훈의 프리킥 슈팅이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에 떨어지며 바운드 된 뒤 골문을 통과했다. 조 감독은 "정용총이 조기 교체 되는 바람에 선수 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조직력에 문제가 생겼다. 다른 방법으로 원정 징크스를 탈출하는 방법을 찾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탈출 전쟁'은 수원의 미소로 마무리됐다. 수원은 가시와전을 앞두고 제주를 제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제주는 '원정 징크스'에 또 한번 울었다.
수원=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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