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지야, 여기 물! 여기 얼음 가져왔어요."
16일 오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 센터에선 캐나다여자월드컵(6월6일~7월5일)을 앞둔 여자축구대표팀과 능곡고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3쿼터 각 30분, 총 90분으로 치러진 이날 경기, '지메시'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은 벤치를 지켰다. 귀국 직전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마지막 경기였던 맨시티 레이디스전에서 허벅지 안쪽 근육이 살짝 올라왔다. "나도 뛰고 싶다"며 그라운드를 향해 군침을 삼켰지만,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남자고등학교와의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굳이 무리하지 않았다.
벤치의 '지메시'는 분주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상'에 빛나는 지소연은 '스타플레이어'이기 이전에 '팀플레이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팀의 일원으로서 솔선수범했다. 벤치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예의주시하며, 바지런히 움직였다.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그렇지!" "좋아!"를 외치며 동료들을 응원했다. 주무 겸 장비 역할을 자임했다. 땀을 쏟으며 벤치로 들어오는 선수들에겐 일일이 시원한 물을 건넸다. 매 쿼터 윤 감독의 작전타임이 끝나면 작전판을 낑낑거리며 구석으로 옮겼다. 23명의 선수로 3쿼터 경기를 구성하다 보니 누군가는 한발 더 뛰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발목 치료중인 박은선과 지소연, 임선주가 뛰지 못하는 상황, 체력 좋은 '권중사' 권하늘이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지소연이 3쿼터, 그라운드로 나서는 '절친 선배' 권하늘의 어깨를 미안한듯 끌어안았다. 장난기 가득한 제스처속에 남다른 동료애가 읽혔다. 그라운드에 나서는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어깨를 주무르며 파이팅을 독려했다.
이날 윤 감독은 다양한 전술과 공수 조합을 실험했다. 1쿼터엔 정설빈, 유영아, 강유미가 공격라인에 섰다. 2쿼터엔 이금민, 여민지, 전가을, 3쿼터엔 정설빈, 이금민, 전가을이 나섰다. 수비라인 역시 김수연, 이은미, 황보람, 심서연, 김도연, 김혜리, 송수란 등이 번갈아 나서며 포백과 스리백 전술을 실험했다. 2쿼터가 끝날 무렵, 아찔한 순간이 목격됐다. 날선 움직임을 보여주던 여민지가 상대 선수와 충돌 직후 왼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선수들이 여민지를 빙 둘러쌌다. 일순, 그라운드엔 긴장감이 흘렀다. 트레이너의 등에 업혀나오는 여민지를 향해 지소연이 달려갔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을 건넸다. 트레이너가 부상한 무릎을 촉진하는 동안 지소연은 아이스박스를 열고, 후배의 무릎에 댈 얼음주머니를 재빠르게 만들어왔다. 전문가 못잖은 솜씨로 납작하게 만든 얼음주머니를 건네받은 트레이너가 말했다. "소연아, 이렇게 잘 만들어올 줄 몰랐어." 주변의 걱정어린 시선에 현장 스태프들은 "병원에 가서 확인해야겠지만, 영리하게 넘어져서, 아마 괜찮을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여자축구 연습경기 현장엔 14세 이하 여자대표팀 후배들도 함께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14세 이하 선수권 출국을 앞두고 '롤모델' 언니들의 경기를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지켜봤다. 연습경기 직후 '지메시' 지소연, 대표팀 언니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소녀들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한목소리로 "지소연 언니 파이팅!" "캐나다월드컵, 언니들 파이팅! 대한민국 여자축구 파이팅!"을 외쳤다.
한편 2003년 미국여자월드컵 이후 13년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여자대표팀은 18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캐나다여자월드컵 출정식을 치른 후 20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파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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