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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전북 감독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새 역사를 썼다.
첫 마디는 "홀가분하다"였다. 늘 공식 석상에서 "무패 기록은 신경쓰지 않는다. 승리가 우선"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 역시 사람이었다. 기록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최 감독은 "정말 새 기록을 세우고 싶었다. 의식했다"면서 "새 기록을 세우면서 마음의 부담도 털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여정이었다. 최 감독도 "매 경기가 고비였다"며 인정했다. "부산전처럼 질 수 있었던 경기도 있었다. 역전승을 거두면서 힘이 많이 생기더라"고 회상했다. 새 역사를 쓴 제주전도 쉽지 않았다. "경기 시작 전 일부러 선수들에게 '기록을 의식하고 나가라'고 주문했다. 선수들은 피곤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기려고 집중력을 발휘하더라.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자신감을 살짝 내비쳤다. "전남전과 5월 2일 수원과의 홈경기에 대한 대비책은 머리 속에 있다"면서 "전반에 선제 실점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해볼만하다. 후반전에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선수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300경기'로 이야기를 돌렸다. 제주전은 최 감독이 지휘한 300경기였다. 2006년 지휘봉을 잡은 뒤 여기까지 왔다. 2013년과 2014년 A대표팀을 지휘했던 2년을 빼고는 언제나 전주성에 있었다.
최 감독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때는 2009년이었다. 전북의 가슴에 첫 별을 달던 해다. 2009년 전북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K리그에서 우승했다. 최 감독은 "이전까지만해도 우리가 K리그에서 우승 할 수 있을 지 반신반의했다. 우승을 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기억했다.
어려운 시즌도 있었다. 우승 바로 1년 전인 2008년이었다. 초반 상당히 힘들었다. 4연패를 하는 등 코너에 몰렸다. 구단 안팎에서 최 감독을 압박했다. 사퇴 여론도 심했다. 최 감독은 전북 팬들의 커뮤니티에 부진한 성적에 대한 해명글을 올리기도 했다. "가장 많이 배운 시즌이 2008년"이라고 말했다. "당시 우리팀은 리빌딩 중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 감독은 "초반 어려움이 조금만 더 지속됐다면 팀을 떠날 수도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북은 중반 이후 살아났다. 그 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드라마틱한 반전이었다. 최 감독은 "극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이겨냈다. 팀이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 단순한 어려움이 아니었다. 도약을 위한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2008년이 전북의 분수령이었다"고 정리했다.
가시와(일본)=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