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잘해도 패배하면 소용이 없다. 홈 팬들도 승리하면 더 오게 마련이다. 지는데 누가 경기를 보러 오겠느냐."
울산은 이미 한 차례 '실리축구'를 경험한 바 있다. 김호곤 전 감독 시절 카운터로 승부를 보는 '철퇴축구'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ACL 우승 시즌 전반기만 해도 김 감독의 축구를 두고 '재미없다'는 비난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김 감독의 축구와 윤 감독의 축구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김 감독 시절 울산이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힘을 쓸 때는 썼던 반면, 윤 감독의 울산은 강팀과 약팀을 따지지 않고 초지일관한다'며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윤 감독이 사간도스에서 걸어온 길과 연관짓고 있다. 사간도스는 J리그 구단 중 재정 면에서 중하위권으로 분류되는 팀이다. 우수한 선수를 데려올 여건이 아니다보니 팀 전술은 자연스럽게 수비지향적인 카운터를 앞세울 수밖에 없다. 윤 감독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공격수 도요다 요헤이와 윙어 김민우를 활용한 카운터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런 전술로는 주전, 백업 모두 K리그 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울산의 힘을 100% 끌어내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사간도스는 상대의 흐름을 맞받아치는 스타일의 팀인데, 현재 울산의 팀 구성과 대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손쉽게 풀어갈 수 있는 경기를 도리어 어렵게 만드는 경향은 집중력 문제도 있지만 근간인 전술의 문제라고 볼만하다"고 지적했다. 울산을 상대해 본 수원 미드필더 염기훈 역시 "울산이 전반전처럼 패스 위주로 공격을 풀어갔다면 아마 패했을 것이다. 후반전에 상대가 수비로 내려서면서 긴 패스 위주로 나선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평하기도 했다.
윤 감독과 울산은 시즌 초반 클래식의 핫이슈였다. 최근 설왕설래도 이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방증하는 부분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