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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은 이럴 때 쓴다.
제로톱은 기본적으로 문전으로 진입하는 선수가 누구든 스트라이커가 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공격수가 없는 대신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침투와 유기적임 움직임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것이 전술의 핵심이다. 체격이 좋은 선수들 보다는 기동력이 좋고, 민첩한 작은 선수들에게 더 적합하다. 포항에는 '꼬꼬마 공격진'이 있었다. 황 감독은 경기 전 "축구에는 높이와 힘이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작지만 빠르고 민첩한 선수들이 필요한 때도 있다. 지금 우리 전술에는 작은 선수들이 어울린다"고 웃었다.
이날 포항은 김승대를 축으로 티아고, 문창진, 이광혁을 공격진에 넣었다. 김승대와 문창진의 키는 각각 1m75, 1m70에 불과했다. 이광혁은 1m70도 되지 않는 1m69였다. 측면 공격수 티아고가 1m80이었지만 공중볼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반면 이들을 상대한 대전의 두 센터백 김상필과 윤신영의 키는 1m89와 1m83이었다. 황 감독은 높이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다. 땅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포항이었다. 김승대 문창진 이광혁 티아고는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득점기회를 만들었다. 대전 수비를 유린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포항은 이날 16개의 슈팅을 날렸다. 그 중 꼬꼬마 공격진이 합작한 슈팅수는 9개, 득점은 2골이었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