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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꼬인 실타래 푼 '3인3색 하모니'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3-15 08:54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2경기 연속 퇴장에 2연패를 당한 수원에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다. "실타래가 꼬인 것 같다." 서정원 수원 감독도 큰 한숨을 내쉬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원정을 위해 로테이션을 가동한 수원은 인천전도 승리가 아닌 무승부로 마치는 듯 했다.

그러나 수원이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잇따른 악재를 이겨내며 2대1로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ACL, 클래식으로 이어진 2연패를 끊은 귀중한 승리이자, 올시즌 클래식 첫 승리였다.

수원의 승리는 세 명의 공격수가 세 가지 색깔(킬러, 헌신, 왼발)로 만들어낸 하모니였다. 앞선 3경기에서 부진했던 '득점왕' 산토스가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산토스는 포항과의 개막전에서 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며 부진했다. ACL 2경기에서도 잦은 패스 미스를 저질렀다. 그러나 서 감독은 산토스에게 4경기 연속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산토스가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계속 출전시켜야 한다. 그의 득점이 터져야 팀도 산다." 서 감독의 믿음에 산토스가 화답했다. 산토스는 전반 10분 팀 동료 레오가 만들어낸 페널티킥을 가볍게 차 넣으며 시즌 첫 골을 터트렸다. 산토스는 이날 득점으로 2013년 9월 22일 이후 인천전 6경기 연속 득점포를 기록했다. '인천 킬러'의 화려한 비상이었다.

후반에 인천의 공세에 밀린 수원은 경기 흐름까지 내주며 동점골을 허용했다. 위기의 순간, 서 감독은 ACL 호주 원정을 위해 아껴뒀던 정대세를 후반 36분에 교체 투입했다. 정대세는 후반 19분 그라운드를 먼저 밟은 '캡틴' 염기훈과 함께 단숨에 흐름을 수원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경기 종료 휘슬을 앞둔 후반 47분, 정대세는 결승골을 도왔다. 도움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공간이 생겼다. 지난해 같으면 돌파 혹은 슈팅을 시도할 기회였다. 그러나 정대세는 문전 앞으로 침투하는 염기훈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줬고, 염기훈이 왼발 슈팅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부진은 없다.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시즌 전 각오대로 정대세는 팀을 위해 욕심을 버렸다. 정대세의 헌신은 '왼발 마스터' 염기훈의 강력한 왼발 슈팅과 만나 귀중한 결승골로 결실을 맺었다. 서 감독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미소가 흘렀다. "이상하게 실타래가 꼬였었는데 오늘 그 부분을 끊게 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대세는 올해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욕심을 과하게 낼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는데 오늘 희생을 잘 해줬다. 기훈이는 후반에 팀이 흔들리던 것을 잘 잡아줬다. 기훈이가 동료들을 다독거린 덕분에 후반 추가시간까지 끈끈한 팀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개인 통산 100번째 공격포인트(44골-56도움)를 기록한 염기훈도 "대세가 팀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 내가 뒤에서 뛰어 오고 있는 걸 보고 패스를 넣어줬다. 2연패로 분위기가 처질 위기였다. 승리가 간절했는데 이겨서 기쁘다"며 미소를 보였다. 산토스의 '킬러' 본능, 정대세의 '헌신', 염기훈의 '왼발'이 만들어낸 삼박자가 수원의 '꼬인 실타래'를 푼 열쇠가 됐다.
수원=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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